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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이령 Jul 14. 2024

혼자 남은 사람

혼자 남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아주 짧은 이야기

화사한 봄날의 일요일 오후, 이렇게 볕이 좋은 날에 집에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차를 타고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이미 도로는 나들이 차량으로 꽉 막혀있었다. 조바심이 나서 액셀을 조금 더 밟아보았지만 내 앞에서 신호는 노란색에서 금세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액셀을 밟던 발을 급하게 브레이크로 옮겨 밟았다.

차도의 양 옆 인도 위에는 구름처럼 사람들이 뭉쳐서 서 있었다. 그들은 차가 멈추고 보행자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자 횡단보도에서 서로 엉켜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곧 차량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다시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도로는 순식간에 경적으로 인해 귀가 아플 정도의 소음으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흩어지고 난 횡단보도 위에 아직 사람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도로 위에 남겨진 단 한 사람인 그는 군청색 모자와 갈색 조끼를 둘러 입은 남루한 옷차림이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도로 위에 서 있었다. 한쪽 팔을 부자연스럽게 자기 몸에 잔뜩 붙이고 반대편 쪽 손을 덜덜 떨었다. 처음에는 열심히 걸어보려 했지만 구부정한 자세에 걸음 폭이 좁아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사람들과 섞여 있다가 흩어질때까지 종종 걸음으로 횡단보도의 절반까지 걸어왔다. 하지만 이내 신호가 바뀌고 빵빵거리는 경적이 시작됐다. 당황한 그는 속도가 더는 나지 않아 도로의 가운데 멈춰있었다.

그는 바닥 쪽으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렸고, 선두 차량에 있던 나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의 당혹감이 나에게 전이되는 것을 느꼈다.

뒤늦게 비상등 버튼을 눌러보지만, 어디에서 시작됐을지 모를 경적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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