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다방
매력적인 공간에 대한 아주 짧은 이야기
붓글씨로 휘갈린 입출대길 종이가 붙여진 다방. 신비로운 분위기에 이끌려 그곳으로 들어갔다. 출입문으로 들어가니, 네모난 어항이 보였다. 어항 안에는 주황색 금붕어가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어항을 지나자 금붕어의 주황을 닮은 네모난 소파와 낡은 나무 테이블이 줄맞춰서 있었다. 한복을 입고 쪽머리를 한 다방 주인이 나를 안내해주었고, 나는 그녀의 손 끝을 따라 다방 구석에 자리 잡았다. 낯선 분위기의 압도된 나는 "저기 주문은...." 이라 웅얼거리며 소파에 깔린 오색 방석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꼿꼿한 자세의 다방 주인은 고운 목소리로 “쌍화탕이 제일 많이 나가요.”라고 말해줬다. 한여름 더위를 피해 들어왔지만 그녀의 단단한 말투에 얼떨결에 따뜻한 쌍화탕을 시켰다.
에어컨 바람에 더위를 식히며 다방을 둘러봤다. 벽면에는 일력, 붓글씨, 한국화, 신문 기사, 색바랜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있고, 사진 중에는 미도다방에서 찍은 다방 주인 정 여사의 젋은 시절 사진도 있다. 다방의 한쪽에는 모시옷을 입거나 밀짚 중절모를 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모여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정 여사는 나에게 계란 노른자가 띄워진 쌍화탕과 산처럼 쌓은 전병 과자 접시를 주고는, 자신을 부르는 어르신 테이블로 갔다. 그녀는 여전히 꼿꼿한 자세로 인자하게 웃으며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쌍화탕을 마시며 다방에 쌓인 세월을 읽는다. 이곳은 주인이 바뀐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정 여사는 은퇴할 나이가 지났지만, 지친 기색 없이 얼굴이 빛이 날 정도로 환하고 목소리는 단단하다. 그녀가 만든 이곳에서 그녀는 확실히 활기차고 즐거워 보인다. 그녀는 45년 동안 한복을 입고 이곳에 출근했다.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서 매일 한복을 입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 한복이 긴 세월 동안 갑옷처럼 그녀를 지켜줬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