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다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고개를 숙이고 오물오물 거리는 입에서는 단어가 새어 나오지 않는다.
무슨 일인지 물어도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고개를 까딱거리는 것도 입을 여는 일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있다.
"무슨 일이야?" "내가 뭘 잘못했어?" "어디 아파?"
생각할 수 있는 단어들을 떠올려 물어보아도 여전히 동그랗게 모은 입안에서는
아무런 단어도 새어 나오지 않는다.
운전을 하는 동안, 수 없이 쳐다본다.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집 앞에 다다라서야 새어 나오는 한 마디.
늘 [불안했다.]
언제고 돌아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나를 더 몰상식하게 만들었고,
무모하게 행동하게 했다.
불안을 없애려고 하던 행동들은 그 결과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나는 무엇이 그리 불안했는지 물으면
그 답 역시 초라해서 우물쭈물하게 된다.
모든 답은 나에게 있었다.
너는 그대로 이었고 달라진 것은 나였다.
불안했던 마음이 좋아하는 마음을 감싸고 나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불안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아니 애초에 불안할 필요가 있었던가?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을 내어버린 수많은 순간이
불안에 살을 찌우고 힘을 더해 내 밖으로 나와버렸고
나와버린 불안은 기어코 현실이 되어버렸다.
대답이 없던 나의 물음에 너는 마지막 한 마디로 말해주었다.
홀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힘들다.
#불안하다_마음이나 몸이 편안하지 않고 졸이는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