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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학교에 갔다 온 아들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학교가 문화센터인 줄 알고 다녔다. 일주일에 한 번이나 겨우 가니 학교를 매일 가야 하는 것에 의문을 보내기도 했었다. 다행히 한 달 전부터는 그나마 주 4일이라도 학교에 가니 아이도 슬슬 학교가 자주 가야 하는 곳이라는 정도는? 이해를 한 것 같다. 또, 친구들이 있는 유일한 곳이라서 그런지 학교 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동생은 없는 숙제가 자기에게만 있는 것에는 억울함이 뻗쳐 있다. 


그런 아들이 학교에 갔다 왔다. 끝나고 바로 가야 하는 피아노 때문에 학교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나온다. 그런데 저번 주에 한번 “엄마 왜 나는 끝나고 바로 방과 후가 있어요?” 하고 물었다. 코로나 방역 때문에 학교 놀이터에 남아서 노는 것 자체가 안 되기도 했고, 스케줄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흘려들었는데 오늘은 노는 친구들도 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참 후 엄마를 부른다. 급하게 생각난 게 있는 모양이다. 엄마, 근데 내 반에 나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 것 같아! 저번에도 교실에서 내려오면서도 같이 오자고 하고 끝나고 놀자고 하고, 오늘도 또 끝나고 놀자고 했어. 나는 방과 후가 있어서 안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럼 시간 될 때 자기한테 전화해서 같이 놀자고 전화번호를 줬어.


이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귀엽기도 하고, 당돌하기도 하고 벌써 전화번호를 주고받으면서 자기한테 연락하라는 아이가 있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나에겐 여전히 5살 꼬꼬마처럼 보이는데 이젠 친구들과 연락해서 자신만의 스케줄을 만들 수 있는 나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속으론 깜짝 놀랐다. 이런 이야기를 엄마에게 술술 풀어내는 아들이 고맙기도 했다. 나중에 몇 년만 지나도 이런 이야기는 꺼내지도 듣지도 못할 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Image by Bessi from Pixabay

엄마, 그 친구가 사랑에 빠진 건 아니고, 그냥 친구예요. 나랑 놀고 싶은가 봐요. 참, 그 친구에게 놀러 못 간다고 전화 좀 해줘요. 자신에게 번호를 줬다면서… 나에게 안심 아닌 안심 멘트를 날려준다. 듣고 있자니 내 마음이 설렌다. 아들과 이런 대화를 이렇게 일찍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약간의 현타와 어지럼증이 내 머리를 내리치긴 했지만 있는 그대로를 엄마에게 오픈해주는 풋풋함이 감사하고 고마웠다. 아이가 자라면서 수많은 새로운 경험들을 수시로 이야기하겠구나 지금까지는 내 울타리 안에서 절제된 경험만을 쌓았다면 이제는 그 울타리를 벗어난 다양한 경험들을 나에게 들려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고정관념과 부족한 경험으로 아이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이제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한 시기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여자 친구에게 전화해서 같이 놀래? 하고 물을 생각을 하니 왜 이리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다. 이래 저래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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