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시원한 날씨에 선선한 바람까지 놀기에 딱 좋은 날! 하원 후 애들을 데리고 놀이동산에 갔다.

같이 간 이모도 신이 났는지 놀이기구를 타고 싶어 했다. 애들이랑 같이 탈 수 없는 거라 얼른 타고 오라며 들여보내고 아이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했다.


술래를 자칭했던 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며 되돌아보는 순간..., 이미 달려와 내 몸의 깊숙한 울림을 주는 아들.... 이것은 소위' 똥침'이라 불리는 행위였다.

그 고통은 이미 나의 민감한 엉덩이를 지나서 장을 따라 심장에서 펄떡이며 흥분한 나와 만나고 있었다.


사람들도 많아서 부끄러웠지만 아들이 신나서 흥분했나 하며 아들에게 경고를 날리며 다시 게임을 하기로 했다. 다시 시작된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고 있는데 다시 들어온 공격! 소위 게임용어로 어택! 두 번째 똥침 공격이었다. 이번엔 좀 더 진지하게 그리고 약간의 감정이 섞인 채로 경고를 주었다.


‘너 자꾸 이러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안 할 거야. 이런 장난 그만해’ 그리고 다시 게임을 하기로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순간 어김없이 들어온 어택!!!


 놀이동산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두 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장난치는 아들도 짜증이 났고, 피곤한 상태에 있던 나는 이미 7살 어린아이가 되었다.


“야!! 너랑 안 놀아 이렇게 하면 누가 너랑 게임을 하냐!”

“너랑은 진짜 안 놀아! 안 놀아! 진짜 안 놀 거야!”


너무 화가 나고 짜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진짜 크게 아들한테 소리를 한껏 지르며 안 논다는 선언을 무슨 3.1 운동하는 열사처럼 큰소리로 외쳐 부르짖었다. 주변에 있던 부모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모두 이성적이고 아이에게만은 조근조근 친절하고 완벽한 부모 같은 얼굴들이었다. 장소가 주는 영향 때문인지 한없이 행복한 가정 상을 한 그 얼굴들은 나에게 “어머 저 여자 뭐야? 애한테 소리 지르고 교양 없이 막 돼먹은 행동하고 하며 나를 질타하는 것 같았고 나는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나의 민낯을 만나는 거 같았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짜증이 가시지가 않았고 이미 터져버린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도 않고 더 소용돌이치며 감정의 토네이도가 되었다.


6세 아들랑구, 발육이 좀 빠른 편이라 그런지 벌써 이도 두 개나 빠졌다. 미운 7세라 부르는 나이를 향해 가는 시기인지라 아들의 정신연령도 벌써 7세가 되었나? 요새 미운 짓 퍼레이드가 장난 아니다. 사춘기도 아닌데 문을 쾅 닫고 들어가기도 하고 감정 조절이 잘 안되는지 짜증과 성질을 있는 데로 내는 요즘의 아들랑구.


아직 7세 되려면 4달이나 남았는데 선행학습도 아닌데 이런 걸 뭐 벌써부터 하는지 이런 건 좀 천천히 와도 괜찮은데... 굳이...


요새 육아서를 멀리해서 그런지 7세의 감정상태와 호르몬의 영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나 보다. 첫째라서 그런지 아들에 대한 육아는 책으로 배워서 실전 적용에 한걸음 늦을 때가 많다. 뭔가 상황이 지속해서 일어났을 때 찾아보는 “선 사고 후 대책” 아... 이번에도 한걸음 늦은 느낌이다.


육아서에는 각 시기별로 특정 성향들이 잘 나타났을 때 아이가 잘 크고 있는 거라고 한다. 3~4세에 고집을 부리고 자기주장을 하는 게 정상이고 6~7세에 3 춘기 정도에 해당하는 반항과 감정 변화를 겪는 것이 감정과 육체가 잘 자라고 있는 거라고. 하하하 우리 아들 잘 자라고 있구나. 다행이다. 좀 이르게 온 아들의 반항이 좀 당황스럽고 아직 엄마도 아들의 반응에 대처할 방법을 강구하지 못한 것만 빼면 말이다. 엄마의 한걸음 늦은 육아대책을 반성한다.


나는 요새 자기 계발에 관한 고민과 제2의 나의 인생을 위한 도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내가 엄마로서 감당할 몫이지만 나로서 사는 것이 내 인생에 가장 큰 숙제이니까.

아직 정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고민 중이고 노력 중이다.


인생의 시기가 다 다르니 정답은 없겠지만 인생 육아서가 있다면 지금 이 시기에 어떤 고민을 하는 것이 맞는지, 내가 겪는 감정의 변화와 특징들이 내가 올바르게 자라고 있는지 가이드라인을 찾아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기 7세 아들! 나만의 정체성을 찾아가고자 노력하는 이 엄마를 네가 엄마 나이가 되었을 땐 좀 알아주지 않을래? 너도 아마 그때 나와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다면 우린 잘 큰 거겠지?


아들의 똥침 어택에 7세로 빙의된 오늘 하루를 또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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