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를 잃어버린 날...


어떻게 된 거지? 뭐지? 어디에 놓았지? 공원에서 큰 아이의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차에서 아이의 킥보드를 꺼내렸는데 아무리 찾아도 킥보드가 보이지 않는다. 핸드폰의 사진까지 뒤적이며 다시 생각을 되짚어 본다. 사진에 찍힌 킥보드는 벼룩시장에서 아이들과 찍었던 기념사진의 배경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렇다... 저번 주의 악몽 같은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첫째 아이와 벼룩시장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독점 육아를(독점 육아라 쓰고 독박 육아라 부른다) 하게 된 날이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혼자 가는 게 딱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첫째 아이와 약속한 것도 있고, 첫째 아이의 친구도 온다고 하니 조금은 탐탁지 않은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가 팔고 싶다는 장난감들과 이제는 작아진 옷가지 몇 개를 챙겨서 나섰다. 엄청난 인파로 주차장은 이미 만차다. 벼룩시장과는 한참 먼 거리에 주차를 하고 벼룩시장 잔디밭에 주섬주섬 아이의 물건을 펼쳐주었다. 첫째 아이는 무언가를 자신이 판다는 생각에 흥분하고 즐거워했다. 둘째는 충분히 졸릴 시간인데 새로운 볼거리에 마음을 빼앗겨서 도통 잘 생각이 없어 보인다. 둘째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우리 아이들이 쓸 만한 물건들이 있는지 벼룩시장을 둘러본다. 어마한 인파 속에 떠밀려 다니듯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고 첫째가 물건을 팔고 있는 돗자리로 돌아왔다.


오!! 나름 선방하면서 물건을 팔고 있었다. 몇 만 원씩 주고 구입했던 물건이지만 500원 200원에 판매한다. 합리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관심이 떨어진 물건들이 누군가에게 또 관심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한 거 아닌가 싶었다. 잠깐 동안 큰 아이의 판매를 독려하면서 칭찬을 해주었다.


그리고 갑자기 싸한 기분이 든다. 뭐지? 이 기분은?

뒤를 돌아보니 둘째가 보이지 않는다. 워낙에 천방지축에 겁이 없는 아이긴 하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다. 둘째의 이름을 불러본다. 00야 00야!!! 쳐다보는 사람들은 어른들 뿐이다. 눈앞에서 수 없이 사라진 적은 있었어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장소에서 아이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 눈앞이 깜깜 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한 켠에는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러댔다. 메인시장 거리를 다 돌아봐도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울기라도 하고 떼를 쓰거나 하면 누군가 아이가 부모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도와줄 텐데,,, 그동안의 행적으로 봐서는 그러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아서 더 걱정이 되었다.


시장을 두 바퀴 정도 돌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는데도 도대체 아이가 보이 지를 않는다. 미친 듯이 미아보호소로 향했다. 아이의 이름과 연락처를 먼저 적었다. 아이의 인상착의나 옷을 이야기해달라고 한다. 아이가 오늘 입었던 옷이 기억나지 않는다.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이미 머릿속은 멘털이 나가서 백지상태인 것이다. 다행히 나오기 전에 아이들과 찍었던 사진에서 힌트를 얻어서 의상에 대한 정보를 주고는 다시 시장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혹시라도 못 찾을 수 있나? 하는 의심의 마음이 자라는 걸 느꼈다.


이름을 부르면 부를수록, 찾으러 다니면 다닐수록, 마음이 타들어갔다. 정말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어떻게 뭘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벼룩시장에서 아이의 이름을 소리치며 부른다. 00아!! 00아!! 허공 속에 내 소리가 사라진다. 소머즈가 된 것처럼, 어떤 아이의 울음소리도 내 귀엔 모조리 수집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 수집된 목소리엔 내 아이 목소리만 없었다.


눈물범벅이 되어서 아이 이름을 부르는데 전화가 왔다.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고 미아보호소로 오라고... 아직은 반신반의하면서 미아보호소로 갔다. 그곳에는 다행히도 그렇게 소리치며 찾던 내 아이가 있었다. 워낙 천방지축이라 걱정이 되어서 일찍부터 미아보호 방지 목걸이를 해주었는데 그것 덕택에 연락을 주신 것이다. 이미 벼룩시장을 넘어서 도로를 얼마 앞둔 끝자락에서 아이가 목격되었다고 한다.


울기는커녕 쇼핑을 하듯 신기한 세상 목록을 구경하듯,,,

그리고 그 할머니가 드시고 계셨던 사과며 배를 골라가며 달라했다는 것이다.

하도 신기해서 배도 주고 사과도 주다 보니 엄마가 안 보이는 게 이상하다면서 미아보호소로 데리고 오신 것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났다. 한숨인지, 안도감인지 모를 긴 호흡을 내뱉었다.

여전히 내 딸은 분위기를 모른 채 사과를 오물오물 물어댄다. 저 쪼그마한 입술, 저 작은 코, 저 빛나는 눈, 하나라도 잊을세라, 하나라도 기억이 안 날까 봐 나도 모르게 다시 보고 다시 본다. 또 한편엔 이런 상황에 속도 모르고 저리 웃는 저 꼬맹이가 세상 속상하다. 엄마 속도 모르고 저렇게 상황도 모르고 저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꼬맹이한테 큰 소리로 혼난다고 엄포를 놓는다.


안도감이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려간다. 얼른 안아서 감사하다며, 고맙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고 아이를 안고 나왔다. 아이를 꼭 안아본다. 아이의 체온이 전해진다. 따뜻하고 포근하고 보송보송한 우리 아기 냄새...


울고불고 떼쓰는 고집쟁이에, 앞뒤 안 가리고 물불 없는 그동안의 너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아이고... 이놈아, 어찌 이리 말썽을 부리냐...” 싶으면서도 그 모습마저도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얼굴을 보고 또다시 본다.


너를 그렇게 잃어버렸다 다시 찾았던 날, 그날 나는 그렇게 너 대신 킥보드를 잃어버렸나 보다. 어디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킥보드를 생각하니 마음이 갑자기 짠해진다. 혹시나 그날 네가 엄마를 기다리며 홀로 있었을 그 시간처럼 킥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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