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또 다른 여행 메이트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특히 엄마랑 떠나는 여행,
친구와 가는 것과는 달리 엄마랑 갔을 때는 엄마의 또 다른 모습,
혹은 엄마를 여자로,
친구로 알아가는 것 같다.
학창시절이나 직장인일 때도 간간히 부모님이랑 함께 여행을 다니긴 했지만
온전히 엄마를 여행메이트로 만난 건 아프리카 여행 때부터였다.
그렇게 나는 엄마와의 잊지 못할 기억이 있고 그런 나에게 또 딸이 생겼다.
조그마해서 잘 걷지도 못하는 딸과 함께 근교여행을 다니면서도
나는 가끔 노년에 딸과 함께 배낭여행을 가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한다.
첫째 아들과는 매년 함께 해외여행을 갔지만 그때랑은 좀 다르게
나도 나만의 평생 여행 메이트를 만드는 느낌에 설레었다.
그렇게 선택된 딸과의 첫 해외여행지는 다낭!
아이들과 쉬기에도 좋고 비행시간도 그리 길지 않아
비행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육아하느라 한동안 못간 여행에 나는 과하게 설렜다.
24개월 전에 가면 비행기도 공짜니 한번 가는 게 예의라며
그렇게 부푼 꿈을 꾸며 3대는 떠났다.
나는 잊고 있었다.
나의 딸이 24개월 미만인 것만 기억했지,
마의 18개월~24개월 구간인 것을....
그리고 나의 딸이 나를 닮았다는 사실을....
겁이라고는 1도 없고 아직 천지 분간 못한다는 사실을....
리조트의 꽃인 수영장! 더운 날씨에 도착과 동시에 이용한 수영장에서
딸은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어른 높이의 수영장에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었다.
물속 저항에 다리 떼기도 힘든 나는 죽을힘을 다해 딸을 건져내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달려가야 했다.
무서울 법도 한데 겁이라고는 당최 찾아볼 수가 없다.
무슨 체력 훈련도 아니고 눈을 뗄 수가 없다.
안되겠다 싶어 수영장에서 나와서 가까운 재래시장인 한시장에 쇼핑을 가기로 했다.
일명 개미지옥이라 불리는 한시장,
한번 들어간 사람은 빈손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한시장에
베트남 전통 옷인 아오자이를 맞춰 주려고 들어갔다.
옷감을 거의 다 고르고 유모차를 쳐다보니 우리 딸 어느새 현지인 샵에 들어가서 현지음식을 주워 먹고 있다.
특별히 배앓이 할까봐 딸 아이꺼는 물까지 싸들고 온 내가 민망하게,
더불어 골랐던 디자인과 옷감도 슬며시 놓았다.
현지 음식을 얻어먹고 있는 그 샵도 아오자이를 팔던 곳이라
그 샵에서 안 나오는 그녀를 끌어다 옷을 맞춰 입힐 수는 없었다.
흥정이고 디자인이고, 나발이고 그 집에서 아오자이 맞춤을 완료했다.
그런데... 이건 서막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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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재미있었다는 코코넛배와 투본강에 소원배 띄우기에서도 나는 진상을 만나야했다.
균형을 이뤄야 뒤집히지 않는 배에서 딱 봐도 똥물인 그 강에 수영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딸이었다.
배는 뒤집힐 뻔 했고 뱃사공은 손 사례를 치며우리를 버리다시피 선착장에 데려다 주었다.
여행 와서 남은 날짜를 세어보기는 처음이다.
아직도 며칠이나 남은 베트남 일정이다.
오늘은 오행산 일정.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해서 일정에 넣은 것인데 아침까지도 고민이 되었다
천지분간 못하는 딸을 생각하니 망설여지고 엄마의 가고 싶은 장소라는 생각을 하면 가야했다.
엄마의 선택지를 포기할 순 없어서 출발은 했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서 그 근처에서 나랑 딸은 있고
엄마랑 아들만 보고 오라고 할 계획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딸은 직진본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막 계단을 올라간다.
당황스럽지만 우선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가서 쉴 계획이라 유모차도 들고 왔다.
내 가방엔 잡동사니와 기저귀 그리고 생수만 4통이 넘게 있다
. 그리고 멈출 수도 쉴 수도 없는 어떤 지점에서 딸이 나에게 아뜽!! 하고 손을 내민다.
딸이 나에게 싸인을 보낸다.
안아 달랜다.
지금?? 너 나한테 왜이래?
남편 없이는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이었다.
나는 딸을 내 목에 걸치고 가방에 생수4통을 넣어 어깨에 들고
양손엔 유모차를 들고 그렇게 오행산의 셰르파가 되었다.
백두산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행이 아닌 고행산인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리조트 밖은 위험했다.
마지막에 지인 선물 땜에 다시 한 번 들린 한시장에서 결국은 딸을 잃어버렸다.
현지인들의 제보 덕분에 현지인 품에서 놀고 있는 딸을 찾았다.
전생에 이 나라 사람이었나?
마의 구간인 18개월 그녀와 함께 간 여행은 공포와 환희 그리고 카타르시스가 공존했다.
내 인생의 여행 메이트 하나를 얻으려다 기존 오래된 여행 메이트를 잃을 뻔한 여행이었다.
베트남 여행이후 한동안은 여행 생각도 안 났다.
근데 이 글을 적으니 또다시 방랑벽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 한 느낌이다.
우리 좀 더 크면 그땐 진짜 멋진 여행 메이트가 되자꾸나.
다낭 여행에서는 좋았던 기억만 우리 추억 속에 간직 하는 걸로 하자.
글을 적으려고 그 당시 찍었던 사진을 감상하니
아직도 쫄깃한 심장에 식은땀이 저절로 나는 듯하다.
엄마말대로 커피에 참기름을 두른 듯한 쓰어다 커피가 간절해진다.
치명적 매력이 있는 시원하고 달달한 쓰어다 커피향이 코끝을 찌르는 것 같다.
중독성 있는 것이 꼭 내 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