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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月, 자기만의 정원을 만들어보기 좋은 달

Peaceful Gardener

四月

4월은 자기만의 정원을 만들어보기 좋은 달이다. 사실, 꼭 자기 소유의 정원이 아니라 할지라도 바쁜 생활에서 눈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면 길가에 꽃들이 활짝 피어있으니, 사방이 나의 정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3~4월에 봄을 알려주는 꽂나무들은 그 꽃이 땅에 떨어지면 지면까지도 아름답게 수를 놓는다. 땅에 떨어진 꽃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손닿지 않던 하늘 높이 달려있던 꽃을 볼 수 있는 일이기에 져가는 자연에게도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 



이웃

꽃을 좋아하는 이웃을 두고 있다면, 4월은 긴 겨울을 끝내고 다시 이웃간에 대화를 트기 좋은 달이기도 하다. 빈 화분에 슬슬 꽃이나 먹거리를 심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이웃사촌 어르신께서 먼저 꽃모종을 나누어주시며 말을 걸어주셨다. 손도 얼마나 크신지 꽃모종 다섯 여섯개를 흔쾌히 그냥 주신다. 


꽃모종도 선물 받았겠다 오랜만에 맨 손으로 흙을 뒤적뒤적 거리며 코로 들어오는 흙내음과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흙의 촉감을 느끼면서 몸을 깨워본다. 흙이 주는 테라피 덕분에 뒷목과 어깨에 쌓여있던 긴장이 녹아간다. 정원 일은 식물이 주는 색감을 즐기는 행복감도 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흙을 만지는 오감의 체험을 통해서 가슴을 꽉 채우는 충만함을 느낀다.



충만함

그것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채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건을 소비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며, 장시간의수다를 통해서 채울 수 있는 것도 아닌,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던 내면의 허기를 채워주는 감정이자 에너지이다. 정원에서는 그런 충만함이 채워진다. 열심히 일한 만큼 뱃속이 든든해진다. 


나는 이런 작은 화분 하나도 성소(성스러운 장소, sacred place)라고 부른다. 나에게 성소란, 사회 속 부산스러운 역할극을 끝마치고 오롯이 나에게로 돌아갈 수 있는 장소가 되어주는 장소이다. 그곳에서는 내일 해야할 일도, 잘못되면 큰 일이 날 일도 없다. 내가 원하는 만큼 움직이고, 움직인 만큼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며, 스스로 만족해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부지런히 식물을 심고 흙을 만지고 빗자루 질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많은 영감이 가슴 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지금 이 모습을 그림을 남겨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심어놓은 허브나 야채들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어울릴 법한 음악이 떠오르기도 하고, 화분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공간을 더욱더 아름답게 꾸며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고요한 만족

나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했으니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머리 맡에 만들어 놓은 이 작은 성소 또한 내 영혼을 위한 소중한 정원이다. 


Peaceful Garden, Peaceful Gardener

우리 마음 속의 작은 성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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