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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뿐냥뿐 Mar 15. 2021

운동을 다시 시작하다

헛둘 헛둘~ 둘둘 셋넷~ 땀땀

약 45도 되는 경사의 언덕을 오르던 중, 눈 앞이 새하얘졌다. 그 언덕길을 오르는 시간은 단 5분. 그때 생각했다. "아 이러다 정말 마흔 전에 죽겠구나." 그렇게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 꼭 해야 했기 때문에 지도를 펼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았다. 그곳이 PT샵이었다. 만약 검도장이었다면 난 그때 검도를 시작했을 것이다.


늘 그렇듯 인바디를 쟀다. 선생님 하시는 말씀, "술도 안 드시는 분이 어떻게 이렇게 몸을 만들어오셨어요?" 허허, 난 혼자서도 동글동글하게 몸을 잘 만들고 있었다보다. 참 뿌듯(?)한 순간이었다. 알코올을 이겨버린 내 몸, 체지방이 40%를 넘어가고 있었다. 차로 비유하자며 엔진은 소형차 용, 차체는 세단이라고 하신다. 그러니 움직이는 게 버거울 수 밖에 없다고. 난 내 몸을 가볍가도 느낀 적이 없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정말로 걸음걷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몸 구석, 관절 하나하나 성한 곳이 없어 기초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래할 생각은 없었다. 남들 다 그렇듯 2-3개월에 바짝 살 빼서 "아, 나 PT했어."라며 다닐 줄 알았다. 난 또 날 몰랐다. 난 그렇게 계획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약속한 날에만 운동을 했다. PT만 근 2-3년을 했다. PT한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내 몸을 의심스럽게 쳐다본다. 왜냐면 PT를 받는 성공적 모델과는 아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래도 체지방이 40프로는 아니다. 근육도 조금 생겼다.  


하산을 명받았다. 이젠 누군가와 함께 운동하는  중요하지 않다고. 실생활에서 그동안 배운 것들을 습관화하는  중요하다고. 선생님께 10킬로그램의 케틀벨도 선물받았다. 케틀벨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몰랐던 나에게 운동기구가 생겼다. 문제는 이걸 흔들면 집에 있는 고양이들이 신기해서 가까이 온다는 것이다. 잘못하다간  지방이 아니라 고양이 머리가 깨지는 불상사가 생길  있었다. 케틀벨구석에 자리잡게 됐다.


코로나가 심해지고 재택을 하면서 현저히 움직임이 줄었다. 원래도 움직이지 않는 타입이긴 한데, 더더 줄었다. 작은 원룸에서 아무리 분주하게 움직여도 하루 천 보도 걷지 못했다. 지금 쓰고 보니 집 안에서 천 보, 만 보를 채우려고 했던 게 욕심 같다. 코로나가 무섭다는 핑계로 모든 건 배달로 해결하고, 집에만 있길 약 한 달 반, 원래 무거운 몸이었지만 왠지 느낌이 쎄했다. 쎄한 건 사이언스다.


체중계 위를 올라갔다. 처음 보는 숫자였다. 이전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더 올라간 숫자였다. 연봉은 안 오르는데, 어찌 몸무게는 이리 잘 오르는지. 몸무게처럼 내 연봉이 올랐다면 난 이미 서울에 아파트를 샀을 것이다. 혼자서 운동 습관을 만드는 일은 실패했다. 다시 이전 PT 선생님께, 메세지를 보냈다.


"이머전시예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보단 조금 더 안다. 그리고 먹는 만큼 찌고, 움직이지 않는 만큼 찐다. 이유 없는 살은 없다. 이것을 알고 시작하니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며 신세한탄을 하지 않는다(그때도 누가 시켜서 한 건 아니었는데). 운동은 원래 귀찮은 거, 내가 지금 귀찮고 하기 싫은 마음은 내가 유달리 게을러서도 나태해서도 아니다. 그러니 이 마음을 갖고 조금이라도 하자, 라고 생각한다.


계획적인 식단, 규칙적인 운동, 그로 인해 원하는 결과치를 얻기 남들보다 힘들 수 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라는 것. 이 점을 알고 시작하니 몰랐던 예전보단 스트레스가 덜하다. 사실 싫으면 안 해도 되는데… 돈도 꽤 드는데 꾸역꾸역 했던 지난 날보단 덜 귀찮아하며 하게 됐다. 이것이 어찌보면 성과일지도. 비싼 성과다.


지금은 어떤 목표가 있는가? 건강, 다이어트 등 뻔한 게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그냥 하는 것! 이 생각이 몸에 익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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