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그 걷기 명상인가요?
퇴근길.
늘 그랬듯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집을 향해 출발! 언제나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벼운 법, 거기에 그 순간 듣고 싶다 생각한 노래가 나온다면 발걸음은 더 가벼워진다. 깡총깡총 토끼처럼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지만 사회적 체면(?) 때문에 참는다.
유독 회사에서 진행하는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고, 짜증이 많았던 날이었다. 그래서 더 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고양이랑 시간을 보내면 좀 나아질 테니. 보통은 정류장에 시선을 두고 걷기 시작하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내 발걸음을 보면서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속도를 느끼며 한걸음 한걸음을 유심히 보면서 걷기 시작했다.
무엇을 원했다거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날 그냥 내 발걸음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내 발에 집중하는 순간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렇게 또 한걸음 내딛으니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회사에서 느꼈던 짜증도 어지럽히던 고민도 순간 지워진 기분이었다.
단지 앞으로 가고 있었다.
단순하지만 잊고 있는 것, 생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작지만 조금씩 무언갈 꾸준히 하는 것. 이 단순한 걸 자꾸 잊는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몸은 더디게 움직인다. 움직임에 집중하다보면 원하는 곳에 가 있다. 그날의 걸음이 알고 있지만 잊고 있던 것을 되새김질하게 했다. 적지 않으면 다시 잊을 테니 기록으로 남긴다.
걷기는 참 좋은 운동으로 알고 있었다. 그때의 걷기는 걸으면서 생각을 했다. 계속 생각을 하다 어느 순간 우울함을 느껴 멈춰서서 앞을 한참을 보다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제는 조금은 다른 걷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걸음에 집중하는 것. 그렇게 생각보다 행동에 집중하는 것.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 적고 보면 늘 뻔한 걸 깨달음처럼 알게 된다. 너무 자주 잊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