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둘 헛둘~ 둘둘 셋넷~ 땀땀
약 45도 되는 경사의 언덕을 오르던 중, 눈 앞이 새하얘졌다. 그 언덕길을 오르는 시간은 단 5분. 그때 생각했다. "아 이러다 정말 마흔 전에 죽겠구나." 그렇게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 꼭 해야 했기 때문에 지도를 펼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았다. 그곳이 PT샵이었다. 만약 검도장이었다면 난 그때 검도를 시작했을 것이다.
늘 그렇듯 인바디를 쟀다. 선생님 하시는 말씀, "술도 안 드시는 분이 어떻게 이렇게 몸을 만들어오셨어요?" 허허, 난 혼자서도 동글동글하게 몸을 잘 만들고 있었다보다. 참 뿌듯(?)한 순간이었다. 알코올을 이겨버린 내 몸, 체지방이 40%를 넘어가고 있었다. 차로 비유하자며 엔진은 소형차 용, 차체는 세단이라고 하신다. 그러니 움직이는 게 버거울 수 밖에 없다고. 난 내 몸을 가볍가도 느낀 적이 없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정말로 걸음걷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몸 구석, 관절 하나하나 성한 곳이 없어 기초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래할 생각은 없었다. 남들 다 그렇듯 2-3개월에 바짝 살 빼서 "아, 나 PT했어."라며 다닐 줄 알았다. 난 또 날 몰랐다. 난 그렇게 계획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약속한 날에만 운동을 했다. PT만 근 2-3년을 했다. PT한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내 몸을 의심스럽게 쳐다본다. 왜냐면 PT를 받는 성공적 모델과는 아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래도 체지방이 40프로는 아니다. 근육도 조금 생겼다.
하산을 명받았다. 이젠 누군가와 함께 운동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실생활에서 그동안 배운 것들을 습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선생님께 10킬로그램의 케틀벨도 선물받았다. 케틀벨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줄 몰랐던 나에게 운동기구가 생겼다. 문제는 이걸 흔들면 집에 있는 고양이들이 신기해서 가까이 온다는 것이다. 잘못하다간 내 지방이 아니라 고양이 머리가 깨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었다. 케틀벨은 구석에 자리잡게 됐다.
코로나가 심해지고 재택을 하면서 현저히 움직임이 줄었다. 원래도 움직이지 않는 타입이긴 한데, 더더 줄었다. 작은 원룸에서 아무리 분주하게 움직여도 하루 천 보도 걷지 못했다. 지금 쓰고 보니 집 안에서 천 보, 만 보를 채우려고 했던 게 욕심 같다. 코로나가 무섭다는 핑계로 모든 건 배달로 해결하고, 집에만 있길 약 한 달 반, 원래 무거운 몸이었지만 왠지 느낌이 쎄했다. 쎄한 건 사이언스다.
체중계 위를 올라갔다. 처음 보는 숫자였다. 이전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더 올라간 숫자였다. 연봉은 안 오르는데, 어찌 몸무게는 이리 잘 오르는지. 몸무게처럼 내 연봉이 올랐다면 난 이미 서울에 아파트를 샀을 것이다. 혼자서 운동 습관을 만드는 일은 실패했다. 다시 이전 PT 선생님께, 메세지를 보냈다.
"이머전시예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보단 조금 더 안다. 그리고 먹는 만큼 찌고, 움직이지 않는 만큼 찐다. 이유 없는 살은 없다. 이것을 알고 시작하니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며 신세한탄을 하지 않는다(그때도 누가 시켜서 한 건 아니었는데). 운동은 원래 귀찮은 거, 내가 지금 귀찮고 하기 싫은 마음은 내가 유달리 게을러서도 나태해서도 아니다. 그러니 이 마음을 갖고 조금이라도 하자, 라고 생각한다.
계획적인 식단, 규칙적인 운동, 그로 인해 원하는 결과치를 얻기 남들보다 힘들 수 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라는 것. 이 점을 알고 시작하니 몰랐던 예전보단 스트레스가 덜하다. 사실 싫으면 안 해도 되는데… 돈도 꽤 드는데 꾸역꾸역 했던 지난 날보단 덜 귀찮아하며 하게 됐다. 이것이 어찌보면 성과일지도. 비싼 성과다.
지금은 어떤 목표가 있는가? 건강, 다이어트 등 뻔한 게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그냥 하는 것! 이 생각이 몸에 익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