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냥뿐냥뿐 Apr 04. 2021

체력이 인성이다

체력이 있어야 여유도 생기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회원님처럼 기분 변화가 심한 분은 유산소를 많이 하셔야 해요"

뭐라고? 운동을 하면 성격이 좋아지는 걸까? 내 평생의 숙제를 이렇게 쉽게 풀 수 있다고? 운동은 만병통치약이인 걸까? 


난 참 기분 변화가 참 커서,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동경했다. 작은 것에도 기뻤다가 작은 것에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그런 나는 예민하다 혹은 성격이 나쁘다, 눈치를 보게 한다 등등 나를 평가하는 부정적인 말에 익숙해졌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혹자는 눈이 커서 티가 난다고도 했다. 큰 눈을 작게 만들 수 없으니 안경을 껴서 눈을 가려보기도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젠 나도 잘 모르겠다 싶을 때,  유산소로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은 정말 획기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변화시킨다는 것보단 지구력이 생기고, 버틸 힘이 생긴다는 말이었다. 평온한 나를 유지하는 데도 체력이 드는 일이었다. 배고픔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되는 말이었다. 배고프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듯이, 체력이 모자라면 버틸 힘이 없어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난다. 짜증이 많던 내게 조금은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운동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근력 빈곤자로 태어나 외출을 하려고 준비하는 것도 버거워하던 나였으니, 작은 일에도 짜증날 법하다. 근력 운동으로 이제 겨우 표준에 들어서는 양의 근육을 갖게 됐다. 그렇게 기본 근력이 생기니 운동량을 조금씩 늘릴 수 있었다. 지난 날, 유산소 운동은 마냥 힘들기만 해서 이걸 왜 해야 하나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근력이 붙어서인지 예전보단 더 유산소 운동을 참을성을 갖고 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오기에도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진다는 것은 몸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느긋함, 여유로움은 타고난 성격에서 온다 생각했는데, 그것도 체력이었다. 체력이 인성이다! 그래 <미생>에 띵언이 있었다.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이전 12화 운동을 다시 시작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