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날은 울며 일하는 날.
Aloha,
2024년 새해 목표를 세운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석 연휴입니다. 긴 추석 연휴 동안 맛있는 음식도 먹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명절이 되니 다시금 예전에 경험했던 명절/연휴 특수 기간 동안 경험했던 알바의 세계가 떠오릅니다. 이번 주는 하와이 이야기보다 명절에 일을 해보며 경험했던 것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다양한 직업을 해보며 저의 삶을 영롱한 무지개 빛깔로 칠해 보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은 제가 누군가를 만날 때 어떤 '옷' 혹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니폼 위에 있는 저의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처음 만날 때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에 따라 '나'란 사람이 바로 결정되어 버리는 일들이 알바의 세계에서는 종종, 하지만 많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절 처음 봤으면서, 한마디도 안 나눠봤으면서, 어떻게 '옷'이란 잣대로 저란 사람을 정의 내려버릴 수 있는 것일까요. 그저 웃고 맙니다.
'옷'으로 사람을 판단해 버리는 경우는 명절/연휴 특수 기간이 되면 더욱 심해집니다. 카페에 오시는 손님들의 경우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주문하고 계산할 때 소위 말하는 '센 척 하기'가 생각보다 많이 있었습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앞에서 센 척을 해 봤자 얼마나 체면이 선다고 그럴까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과연 카페 유니폼이 아닌 평상시에 갤러리 혹은 박물관에 갈 때나 특강을 나갈 때 옷을 입고 카페 계산대 앞에 서 있었다면 과연 '센 척'을 하며 주문할 수 있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센 척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부디 저의 자존심이 무너질 정도로 하대만은 하질 말길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택도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이 또한 나를 성장시켜 줄 수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계속 상기시키며 명절 특수를 버텼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이때의 경험이 거친 황야 같은 돌바닥에서 당당히 서 있을 수 있는 좋은 영양분이 되었습니다. 웬만한 상황들은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카페 일은 그만 둔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력에 빨간 날이 보일 때면 누군가가 연휴를 즐기고 있을 때 반대로 일하고 있는 다른 누군가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연휴 때 일하는 것이 얼마나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큰 일인지 알기에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게 됩니다. 이번 연휴 때도 일을 하고 계실 많은 분들의 하루에도 연휴의 여유로움이 잠시간이라도 깃들 수 있길, 그리고 일이 끝나고 나면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
Maha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