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연휴의 여유로움이 잠시나마 깃들 수 있길

빨간 날은 울며 일하는 날.

Aloha,


2024년 새해 목표를 세운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석 연휴입니다. 긴 추석 연휴 동안 맛있는 음식도 먹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명절이 되니 다시금 예전에 경험했던 명절/연휴 특수 기간 동안 경험했던 알바의 세계가 떠오릅니다. 이번 주는 하와이 이야기보다 명절에 일을 해보며 경험했던 것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아직 해가 화창한 오후에 만날 수 있던 오아후 섬의 보름달은 연휴의 여유로움을 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해보며 저의 삶을 영롱한 무지개 빛깔로 칠해 보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은 제가 누군가를 만날 때 어떤 '옷' 혹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니폼 위에 있는 저의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처음 만날 때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에 따라 '나'란 사람이 바로 결정되어 버리는 일들이 알바의 세계에서는 종종, 하지만 많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절 처음 봤으면서, 한마디도 안 나눠봤으면서, 어떻게 '옷'이란 잣대로 저란 사람을 정의 내려버릴 수 있는 것일까요. 그저 웃고 맙니다.


'옷'으로 사람을 판단해 버리는 경우는 명절/연휴 특수 기간이 되면 더욱 심해집니다. 카페에 오시는 손님들의 경우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주문하고 계산할 때 소위 말하는 '센 척 하기'가 생각보다 많이 있었습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앞에서 센 척을 해 봤자 얼마나 체면이 선다고 그럴까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과연 카페 유니폼이 아닌 평상시에 갤러리 혹은 박물관에 갈 때나 특강을 나갈 때 옷을 입고 카페 계산대 앞에 서 있었다면 과연 '센 척'을 하며 주문할 수 있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센 척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부디 저의 자존심이 무너질 정도로 하대만은 하질 말길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택도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이 또한 나를 성장시켜 줄 수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계속 상기시키며 명절 특수를 버텼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이때의 경험이 거친 황야 같은 돌바닥에서 당당히 서 있을 수 있는 좋은 영양분이 되었습니다. 웬만한 상황들은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카페 일은 그만 둔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력에 빨간 날이 보일 때면 누군가가 연휴를 즐기고 있을 때 반대로 일하고 있는 다른 누군가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연휴 때 일하는 것이 얼마나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큰 일인지 알기에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게 됩니다. 이번 연휴 때도 일을 하고 계실 많은 분들의 하루에도 연휴의 여유로움이 잠시간이라도 깃들 수 있길, 그리고 일이 끝나고 나면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


Mahal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