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야?

예상치 못한 답변

by 알로

주변에 유튜브 하는 애들이 몇 있다. 그중 한 명은 원룸을 포장마차처럼 꾸며놓고 스튜디오로 쓰는 중이다. 이채널 이름은 <OOO 포차 TV>. 컨셉은 먹방. 골뱅이, 떡볶이, 닭똥집 같은 메뉴들을 손수 써서 붙여놨다. 주황색 천막도 반짝반짝 빛나는 원형테이블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포장마차 컨셉이다. 하루는 라이브 방송을 캡처한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온다. "여기 어디야? 담에 가자" "포차 분위기 제대로네. 아는 데야?"


그 친구의 방송 컨셉도 포장마차스럽다. 원형 테이블에 앉아 혼술 파티를 벌이는 거다. 취기가 올라오면 올라오는 대로 방송한다. 목적은 안주 리뷰다. 인터넷으로 배송시킨 9900원짜리 돼지고기 볶음, 8000원짜리 포장 국밥, 9000짜리 연어회. 가성비에 솔깃해 호감 갈만한 메뉴를 선정한다. 본인 돈으로 사 먹는 배달음식이다 보니 후기도 솔직해서 꽤나 인기가 좋다. 맛깔스럽게 먹기도 하지만 입담이 워낙 좋은 친구다. 어느 날, 라이브 한다길래 댓글로 반응 좀 보여주려고 유튜브를 열었다.


이미 취기가 올라와있는 친구. 라이브 한 시간 째, 댓글 하나하나에 답해주며 술잔을 들이킨 모양이다. 아무거나 물어보는 분위기길래 나도 댓글창에 질문을 적었다.


좋은 남자는 어떤 남자예요?


친구, 내 댓글을 보더니 잠깐 숨을 멈춘다.

" OOO 님이 질문을 해주셨네요. 좋은 남자... 좋은 남자는 애교가 많은 남자죠 저처럼 으흫ㅎㅎㅎㅎ"


"제 생각은 그래요. 애교가 많다는 건 어떤 거냐면요. 자녀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 아기들한테 밥 먹어쬬요? 마시써쬬요? 구래쬬요? 하잖아요. 왜 그래요?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우니까 애교가 절로 나오는 거잖아요. 애교가 있는 남자라는 건 내 여자를 이쁘고 사랑스럽게 본다는 뜻 아닐까요? 애교라는 건 상대방을 정말 사랑할 때 절로 나오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친구의 답은 예상외였다. 책임감 있는 남자죠. 여자를 아껴줄 줄 아는 남자죠. 정도의 답을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관점이었다. 생각해보니 그 친구, 밥 먹듯 말하는 지론이 있다.


"나는 예쁘다는 것도 좋지만, 귀엽다는 감정이 사랑인 것 같다. 나는 수영이(친구 여자 친구)가 예쁘기도 예쁘지만 너무 귀여워. 보고 있으면 너무너무 귀여워. 얘가 하는 모든 걸 다 포용할 수 있다는 느낌인 거야. 뭘 해도 귀여운 거. 내 자식처럼 내 반려견처럼 뭘 해도 마냥 귀여운 거. 그 느낌이 내가 생각했을 땐 진정한 사랑인 것 같아."


그렇단다.


그간 애교라는 건 표현의 기술이라 생각했다. 혹은 타고나는 것. 혹은 장착해야 하는 것. 혹은 응석을 부리는 것.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나오는 내 감정이라 생각해보지 못했다. 비단 말투나 표정의 문제만은 아니었구나. 이렇게 또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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