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선물

by 알로

꽃 선물을 종종 하는 편이다. 이 꽃을 좋아해 줬으면 꽃을 오랫동안 보고 날 기억해줬으면 뭐 그런 이유는 없다. 받아든 이가 기뻐할 얼굴을 떠올리면 설렌다. 그 설렘을 즐기는 편이다.


누군가 내게 꽃 선물을 해오면 집에 가져와 두고두고 곱씹는다. 이 꽃을 사면서 '좋아하겠지?' 혼자 뿌듯해했을 마음을 아니까. 꽃다발을 손에 쥐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왔을 모습을 아니까. 내 상상 속에서 이미 선물은 이루어진 셈이다.


전시회를 같이 보기로 한 동생이 먼저 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니 다가온 동생이 뒤에 있던 손을 쓰윽 내민다. 수국이다.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주는 선물. 오래된 사이에 꽃 선물은 감동이 배가 된다.


한참을 들고 다녀 시들어버린 수국을 본 식당 직원이 그랬다. "이거 빨리 집에 가서 물에 담갔다 빼요. 수국은 물이랑 같이 있어야 해."


집에 오자마자 세면대에 물 받아놓고 세수시켰다. 가지를 잘라 화병에 옮겨 담았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거짓말처럼 다시 활짝 피어난 하늘색 수국. 감동은 또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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