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근종 환자에게 좋은 음식: 적당량의 참치
남편은 출장을 갔고 한껏 여유로워진 오후, 남편의 방에서 미스터 초밥왕 전국대회 애장판을 꺼내 들었다. 치명적인 실수였다. '대뱃살의 살살 녹는 농후한 맛', ''가볍고 담백한 맛만 혀 위에 남는다!'. 초밥을 먹고 있는 심사 위원들의 대사가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아 무의식적으로 침이 고였다. 자연스럽게 손가락은 휴대폰을 향했고 중국에 있는 남편에게 '참치가 먹고 싶어.'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렇게 짧은 메시지는 내가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 가능한 단호한 표현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남편은 참치의 붉은 살인 아카미밖에 먹질 못한다. 나에겐 고소하고 농후한 뱃살이 그에겐 기름지기 때문에 거들떠도 안 본다. 참치 게이지가 있는 나에겐 치명적인 남자다. 슬프게도 참치 뱃살을 언제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추억에 잠긴 사이 남편에게 답이 왔다. 먹고 싶어 하는 음식에 관대한 남편은 내가 예상한 답변을 보냈다. '먹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허락받는 일곱 살 꼬마처럼 나는 가방을 싸들고 마트로 향했다. 혼자 참치집에서 참치를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아 마트에서 파는 냉동 참치를 해동해서 먹을 요량이었다. 비록 일식 요리사가 제공하는 참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암만해도 참치는 참치다!
다랑어 종류인 참치에는 100g 당 약 23g의 단백질이 있다. 1) 소고기와 유사한 양의 단백질을 가질 정도로 단백질 보충으론 좋은 식품이다.
하지만 먹이 사슬의 맨 위 구조에 있는 수상 생물이다 보니 수은 및 환경 호르몬 등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참치의 나라별 주당 권장 수치량을 살펴보면 한국은 100g(임산부 대상) 2), 캐나다는 75g(임산부, 가임여성, 수유모 대상) 3)이다. 미국은 일반적인 생선 주당 권장 섭취량이 227-330g 2)이다.
자궁 근종과 참치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등어 같이 기름기가 많은 생선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오메가 3의 섭취량이 자궁 근종 발병 확률과 상관관계가 있다. 4) 이는 이미 있는 자궁 근종의 크기가 커질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에 자궁 근종 환자는 생선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좋은 단백질원을 포기하기엔 아쉽다.
생선 지방도 지방이라는 이 논문과 식약 의약품 안전처에서 발표한 생선 섭취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정한 생선을 먹는 3가지 기준'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의 기준대로 주당 일반 어류는 400g, 참치류와 상어류는 100g으로 섭취량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두 번째는 먹이 사슬이 높은 위치에 있는 다랑어류보단 먹이 사슬이 낮은 고등어, 연어, 갈치 등의 생선 위주로 먹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세 번째는 섭취한 생선 종류의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다. 만약 먹이 사슬이 높아 중금속이 더 많이 축적된 다랑어를 많이 먹은 후에는 생선의 섭취량을 줄이거나 먹이 사슬이 낮아 중금속에 더 적게 노출된 생선 위주로 섭취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논문의 상관관계를 봤을 때 생선도 아예 안 먹는다면 자궁 근종 크기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이 좋은 단백질 원을 포기하기 아쉽다. 그래서 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생각 있게 생선을 먹자.'는 의견이다.
그래서 위 기준으로 봤을 때 나는 이번 주 참치 섭취량을 과잉했다. 총섭취량은 250g이었으니 최소 2주간은 생선, 특히 참치를 멀리하려 한다.
출처
1) USDA
2) 식품의약 안전처
3) Toronto Public Health
4) Wise LA1, Radin RG, Kumanyika SK, Ruiz-Narváez EA, Palmer JR, Rosenberg L.Prospective study of dietary fat and risk of uterine leiomyomata. Am J Clin Nutr. 2014 May;99(5):11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