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식단이 가능할까?

by 룡이

하루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언제인가요?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마시는 맥주 타임? 침대나 소파에 느긋하게 누워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몰아보는 시간? 저는 '뭐 먹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하루에 약 2-3번밖에 가질 수 없는 기회인데 소중한 나의 한 끼를 채워주는 음식에 대한 고민과 고찰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이렇게 음식에 대한 즐거움이 컸지만 자궁 근종을 발견하고 식습관을 조절하는 초기에는 식사 메뉴 선정이 밀린 방학 숙제처럼 부담스럽고 거북했었습니다.


식습관에 대한 고민이 지나쳤던 걸까요. 근종을 발견하고 본격적인 식습관 개선을 할 시기에는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 반찬, 생선 요리 등 일상적인 요리들을 보고도 '먹어도 될까?', '근종에 나쁘진 않을까?'라며 의구심을 품고 불안했었습니다. 그래서 유제품이나 육고기를 먹지 않으려고 식습관을 완전한 채식으로 바꾸기도 했었어요. 그때는 먹는 채소, 곡식마저도 파이토 에스트로겐 수치, GI, GL, 칼로리를 찾으며 관련 정보에 집착했습니다. 그러니 돼지고기, 소고기, 생선은 물론 콩으로 만든 두부나 콩고기도 먹지 않았어요.


식습관의 변화는 자연스레 지인들과 식사 자리를 줄어들게 만들었고 음식 먹는 재미도 느끼지 못해 일상을 우울하게 만들더군요. 지나서 생각해보니 나쁜 식습관을 고치기 위해 또 다른 나쁜 식습관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제가 시도했던 완벽한 채식은 우리 몸에서 필요한 단백질 및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등을 충분히 채우기 힘듭니다. 거기에 저는 콩 섭취마저 제한하니 단백질 섭취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탄수화물의 비중이 늘어나 영양 밸런스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험해보셨나요?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면 밥이나 빵을 먹어도 허기지고 일상이 무기력해져요. 기분은 당연! 짜증이 많아지죠.



나쁜 식습관을 고치러 또 다른 나쁜 식습관으로


물론 카페인, 술, 많은 양의 붉은 육고기, 인스턴트식품 등처럼 근종에 나쁜 음식들은 분명히 있어요. 수십 편의 논문과 신문 기사 등이 많은 증거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호르몬 변화에 분명한 인과관계를 가지는 이런 음식들은 가능한 만큼 최소화해야 하지요. 하지만 채소와 곡물이 직접적으로 호르몬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분명하게 밝힌 내용도 많이 없습니다. '콩'에 관해선 그나마 많은 자료들을 찾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채소, 곡물의 종류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섭취하는 것도 자궁 근종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없어요. 사실 거의 모든 야채와 곡식엔 파이토 에스트로겐이 차등적으로 함유되어 있답니다.




완벽한 식단이란 게 과연 존재할까요? 근종 발생이나 성장을 막아주고 균형 잡힌 호르몬 밸런스를 완성하도록 도와주는 생활이란 가능할까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댓글로 'ㅇㅇ이 자궁 근종에 좋나요?'라는 질문을 하실 거예요. 이는 '필연적인 고민'이겠죠. 완벽한 식단을 찾기 보단 불완벽한 식단을 조절할 줄 아는 식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akaoTalk_Photo_2018-06-23-21-33-52.jpeg 거실 보드판에 붙여놓은 집밥 데이 현황! 외식을 하지 않은 날에는 스티커를 붙입니다!

집밥 데이

외식을 하게 되면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지고 좋은 식재료를 건강한 방법으로 먹기 어렵기 때문에 집에서 한 요리로 식사를 할 경우 스티커를 붙여놔요. 스티커는 일종의 자기 보상같은 거에요. 그리고 쌓여가는 스티커를 바라보면 '아, 그래도 요즘은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는구나.', '더 분발해야겠는데?'라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음식을 보고 불안해하지 않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곡물, 채소의 GI, GL, 파이토 에스트로겐을 찾아보는 게 취미가 될 정도로 관련 정보에 집착했습니다. 그러니 앞에 놓인 음식을 마주하여 즐겁게 먹을 수가 없었죠. 이젠 일부러 관련 정보를 찾아보지 않습니다. 그저 맛있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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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실 때도 치킨을 먹을 때도 간식을 먹을 때도 있어요! 단지, 꼭 기록으로 남겨 자주 먹지 않도록 경계합니다.


특정 음식을 먹은 날은 캘린더에 체크하기

술을 마신 날, 붉은 육고기를 많이 먹은 날, 인스턴트 식품을 먹은 날처럼 조심해야 하는 음식을 유독 많이 먹은 날에는 캘린더에 내용을 적어둡니다. 그래야 얼마 주기로 해당 음식을 먹었는지 확인이 가능하여 스스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소한 수치들에 사로잡혀 중요한 본질을 놓치면 안 된다는 걸 경험적으로 깨달았어요. 고기, 먹어도 괜찮습니다. 우유, 두유, 마셔도 좋아요. 파이토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야채와 곡식들도 좋습니다. 오히려 오늘 한 끼로 얼만큼의 파이토 에스트로겐을 섭취했냐를 따지기 보단 '특정 음식을 너무 많이 먹지 않았나?'를 걱정해야 해요. 그러니 일반적인 모든 식재료를 먹되 건강한 조리 방법으로 적절한 양을 먹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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