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여유

by 룡이

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했던 시기가 기억이 안 납니다. 커피를 마신 지 정말 오래돼서 잊은 건지, 커피를 마시는 게 습관이 되어 기억조차 안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그만큼 커피란 게 생활 속에 스며들었어요. 카페인이 뭔지 정확히 알기 전부터 그랬을 거예요. 그러니 자궁 근종을 줄이기 위해 마시지 않았던 카페인 금단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죠.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음에도 익숙하고 당연한 무언가를 빼앗기니 허탈하기도 하고 불안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인지를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마트에서 카누에서 판매하는 디카페인 인스턴트커피를 발견했습니다. 카페인이 없는 커피라니! 세상에나!




카페인이 자궁 근종에 미치는 영향

커피 한 잔에는 보통 150mg 정도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어요. 성인 하루 카페인 권장량이 400mg이니 정상 성인은 하루 2-3잔까지 커피를 마셔도 괜찮겠죠. 하지만 저처럼 자궁 근종, 선근증 같은 여성 질환(유방 관련 질환도 포함합니다.)을 가지고 있는(가졌던) 사람들에게 카페인은 '적으면 적게' 먹을수록 좋습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아시아 계열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조사에 따르면 200밀리그램의 커피를 매일 마시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온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카페인이 호르몬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그렇기 때문에 카페인의 과다 섭취가 난소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에스트로겐 수치의 변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생리통이 심한 여성들에게 카페인 섭취를 금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에요.

고작 물 한잔인데, 호르몬과 자궁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미치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커피를 적게 마시거나 끊고 난 후 생리통이 줄어든 분들도 많이 봤어요. 저의 근종 수술을 집도하신 주치의 선생님도 카페인은 피하라고 조언해주셨죠.




디카페인 커피

마트에서 사 온 디카페인 인스턴트커피 포장지를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어떻게 카페인을 뽑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밀은 화학과 물리더군요! 쉽게 이야기하면 생두를 높은 온도의 물에 불리면 카페인과 유기물질이 물속에 녹아 나온다고 합니다. 물론 물이 아닌 다른 용매나 CO2를 주입해서 카페인을 녹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한 원두를 로스팅하면 디카페인 커피가 완성돼요. Swiss Water Decaffeinated Coffee Company의 SWISS WATER® Process가 대표적인 방법이에요. 카누의 인스턴트 디카페인 커피도 모모스의 과테말라 디카페인 커피도 이 프로세스로 가공한 원두로 만듭니다.

그렇다고 커피콩에 담겨있는 카페인을 100%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에선 카페인이 97% 이상 제거된 커피에만 디카페인 허가를 내주고 한국에선 카페인이 90% 이상 제거된 커피에만 디카페인을 정식 인정해줍니다. 디카페인이라고 안심해서 하루에 여러 잔을 마시면 소량의 카페인이 유입될 수 있는 거죠.

SWISS WATER® Process로 디카페인 커피 만드는 과정 (쓸데없이 너무 디테일 했나요? ;;)




집에서도 밖에서도 디카페인 커피를 즐기자!

커피 메이커를 사용하는 집에서는 원두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편리하게 인스턴트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요. 에스프레소 추출기가 있는 일터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서 아메리카노나 라떼로 마십니다. 만약 외부 약속이 있을 때는 디카페인 커피를 파는 근처 카페를 방문합니다. 스타벅스가 작년부터 디카페인 원두를 사용한 커피 음료를 판매하면서 요즘엔 스타벅스 방문 비율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스타벅스말고도 디카페인 커피를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꽤 있습니다.



일리 디카페인 분쇄커피


이미 원두가 갈아진 커피이긴 하나 일리의 압축 포장 기술 덕분에 커피의 향은 신선합니다. 가격대비 맛있는 커피라 제가 제일 선호하기도 해요. 처음엔 온라인 주문으로만 주문했으나 요즘엔 킴스클럽이나 홈플러스 등에서도 찾을 수 있어 굉장히 편리합니다. (그래도 온라인이 더 저렴하긴 해요.) 다 마시고 난 캔은 화분이나 연필꽂이로 재활용도 가능해요!





모모스 커피의 과테말라 디카페인 커피


부산에 위치한 유명 카페였던 모모스 커피에서 구입했던 과테말라 디카페인 커피입니다. 유명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 원두라 그런지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상품 설명에는 카카오와 다크 초콜릿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다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 메이커로 추출해 먹는 방식을 추천해서 저는 오직 커피 메이커로만 마셨습니다. 다만 카카오와 다크 초콜릿의 단맛을 쉽사리 느끼진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원두를 재구매하진 않았지만 센텀시티 신세계 백화점에서 커피를 마실 땐 모모스에 들려 아이스 디카페인을 마시고 나와요.







카누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저의 첫 디카페인 커피이자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인스턴트 스틱 커피입니다. 동네 슈퍼에도 있으니까요. 편리함과 간편함을 추구한다면 이만한 선택이 없을 거예요. SWISS WATER® Process로 카페인을 추출한 원두를 사용했다고 뒷면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맥스웰 하우스 Sanka 디카페인 인스턴트커피


국내외 호텔에서 식사를 할 때도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호텔에서 조식, 석식을 먹거나 커피 음료를 주문할 땐 디카페인으로 달라고 말해요. 그러다 스모키 한 향이 강하고 다크 초콜릿 맛이 느껴지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남편과 '도대체 어디 원두에 무슨 커피냐.'를 두고 언쟁하다 결국 호텔 스텝에게 물어봤어요. 놀랍게도 글로벌 기업 맥스웰에서 판매하는 Sanka라는 브랜드의 인스턴트커피였습니다.

첨언을 붙이면 Sanka는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디카페인 인스턴트커피 브랜드라고 하네요.





스타벅스


제가 가장 자주 가는 카페 브랜드입니다. 전 매장에서 바리스타가 제조하는 커피 원두를 모두 디카페인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유도 무지방, 저지방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호에 맞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아, 디카페인으로 커피 음료의 원두를 바꿀 땐 300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매장에서는 디카페인 블렌드 원두도 구입이 가능합니다.






파스쿠찌


파스쿠찌에서 판매하는 디카페인 음료는 커피콩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보리를 로스팅해서 커피처럼 향과 맛을 내는 방식이죠. 대표적인 음료인 오르조를 처음 마셨을 땐 사실 '이게 이태리 감성인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커피가 아닌 것이 커피인 척하는데 단맛도 진했기 때문입니다. 롯데에서 나온 '블랙 보리'에 생크림을 얹은 느낌이랄까요. 뭔가 이탈리아스럽다는 느낌은 나지만 달기 때문에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호불호가 나눠질 것 같아요.




이 외에도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등에서 디카페인 원두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커피빈이나 탐앤 탐스 일부 매장에서는 디카페인 커피 음료 주문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부인 데다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설명이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 가면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는 정보는 드리지 못하겠어요. 제가 알고 있는 유일한 정보는 커피빈 차병원 지점과 탐앤 탐스 부산 서면점에는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FDA나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 식약청에서는 화학용매로 카페인을 추출한 디카페인 커피에 대해 안전성을 승인하지 않고 물이나 CO2를 이용하여 커피의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이 인정받는 디카페인 커피 종류가 좁고 제한적이었습니다. 물론 건강을 염려하는 안전성 기준이 높은 것이니 좋아요. 불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디카페인에 대한 수요가 있고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으니 카페인을 금해야하는 커피 애호가를 위해 보다 많은 카페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혹시, 맛있는 디카페인 카페를 아신다면 저에게도 공유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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