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웃음꽃 피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샹들리에를 만든다’는선생님의 말에 처음으로 ‘오호! 드디어 내가 아는 게 나왔다!’ 싶었다. 이전에 만든 플라워 볼이나 베지탈 부케처럼 ‘이런 건 처음이야!’했던 것과 달리. 그런데 선생님의 설명을 들을수록 너무 뻔한 샹들리에를 떠올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꽃들이 빼곡하게 꽂혀서 구름을 연상케 하는 형태로 호텔이나 예식장에 흔히 있는 (내가 예식을 올린 곳에도 있던) 샹들리에가 아니었다. 이제 막 꽃의 세계에 입문한 내 머릿속엔 꽃으로 만든 샹들리에는 그러한 형태뿐이었나 보다. 설명을 다 듣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어떻게 다른지, 즉 오늘 만들 샹들리에의 포인트를 다시 정리했다. 프렌치 스타일을 명심하고 곱슬 버들 특유의 꼬불거리는 가지를 노출시켜 자연스러운 멋을 살릴 것, 꽃의 방향과 높낮이를 다양하게 꽂을 것. (이 밖에도 꽃의 생김새에 따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지만) 나의 수준에서는 우선 이 두 가지에 충실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샹들리에의 틀을 만들었다. 곱슬 버들을 반원으로 구부린 후 양 끝을 고정했다. 그런 후 하나 더 만들고 두 개를 합체하여 원형을 만들면 된다. 선생님이 먼저 시범을 보였다. 단번에 원 하나를 뚝딱 만들길래 ‘나도 쉽게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웬걸? 곱슬 버들이 너무 뻣뻣해서 구부려지지 않았다. 무리해서 힘을 더 줬다간 파사삭하고 부러질 것 같았다. 선생님은 구부릴 부분을 손으로 문질러서 마사징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부드러워져라, 부드러워져라’ 하며 5분 정도 마사징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곱슬 버들이 부드럽게 반원으로 구부러졌다. 그런데 와이어로 고정하면서 손에 힘이 살짝 빠진 그 짧은 순간, 곱슬 버들이 탄성에 의해 튕겨 버렸다. 덕분에(?) 곱슬 버들에게 딱 밤 한 대 맞았다. 그새를 못 참고 쭉 뻗어버린 곱슬 버들이 얄미웠지만 방심한 내 탓도 있다. 다시 곱슬 버들을 구부려 고정시키고 원 하나를 만들었다. 그런 후 오아시스를 망사로 감싸고 곱슬 버들의 사방에 매달았다. 이렇게 샹들리에의 기본 틀을 완성했다. 이제 꽃을 꽂아 샹들리에의 모양을 만들어 가면 된다. 작업은 꽃의 종류에 따라 진행한다. 한 종류의 꽃을 4개의 오아시스에 골고루 다 꽂은 후 다른 꽃을 꽂는 식. 오아시스 단위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다. 꽃을 4곳에 나눠서 꽂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지금까지는 오아시스 하나만 작업해서 잘 몰랐나 보다. 각각의 오아시스마다 개성을 살려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방향으로 꽂으면 풍성해 보일 거야!’ ‘튤립의 가녀린 줄기를 살려야지!’라고 확신하며 꽂았는데 기대에 못 미쳤고, ‘이렇게 그루핑해도 될까?’라고 불안해하며 꽂았는데 의외로 근사했던 순간이 수 없이 반복됐다. 의도치 않게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며 작업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오아시스마다 저마다의 스타일이 있는 근사한 샹들리에가 완성됐다.
1 오늘 함께 한 꽃들. 곱슬 버들, 미모사, 그린허클베리, 다알리아, 튤립, 알스트로메리아, 캄파넬라, 카탈레나로즈, 설유화, 양귀비. 곱슬 버들을 구부려 반원 2개를 만든 후, 양끝을 고정시켜 원형틀을 만든다. 무게중심이 되는 3 지점에 리본을 묶는다.
2 오아시스를 망사로 감싼 후, 방수테이프로 곱슬 버들의 사방에 고정시킨다. 그린허클베리와 설유화로 전체적인 형태를 잡고 높이를 설정한다.
3 카탈레나로즈, 캄파넬라를 그루핑하여 높낮이를 다양하게 꽂는다. 다알리아, 알스트로메리아, 튤립은 줄기가 잘 보이게 꽂는다. 빈틈에 미모사를 채워 풍성하게 연출한다.
4 붉은 양귀비로 포인트를 줘 마무리한다.
오늘 클래스에서 기억할 내용
가지나 줄기를 구부리기 전, 마사지하듯이 손으로 문질러 부드럽게 만드는 것.
요즘 들어 날이 너무 춥다. 추운 걸로 유명한 러시아보다도 기온이 낮다고 하니 ‘이거 실화냐?’ 싶을 정도다. 그리고 몇 달 전부터 일에 치여 사느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당장 눈앞의 일을 처리하는 데 급급했다. 동시에 중간중간에 예상치 못한 일들도 수습해야만 했다. 그런 탓에 새해가 바뀌는 순간에도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해야만 했다. 새해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잡고 나를 위한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고 했는데 첫날부터 그 신념이 처참히 뭉개진 것 같아 조금 우울했다. 그런데 믿기 힘들게도 샹들리에를 보니 그러한 마음이 누그러졌다. 전구를 달아 놓은 진짜 샹들리에처럼 화사한 꽃들이 나를 향해 빛을 비추는 것 같았다. 일하느라 칙칙해진 내 얼굴, 의기소침해진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고 따뜻한 온기로 꽁공 언 몸을 녹여주는 듣ㅅ한기분이 들었다. 수업 후에 기분이 좋아진 적이 많았는데 오늘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지금의 추위도 잘 참을 수 있고 2018년 한 해도 목표대로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다음 클래스까지 할 과제
다양한 형태의 부케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