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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식구 추가요!

극락조화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로 결심했다

by 김현경

극락조화가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새 이파리도 나면서 식물 기르는 데 자신감이 생겼다. 동시에 거실에 극락조화 혼자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식물을 더 들여볼까?’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식물 얘기도 나눌 겸 꽃집에 들렀다. 엄마들이 만나는 사람마다 아기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랑하는 것처럼 자리에 앉자마자 신나게 극락조화 이야기를 하고 그동안 찍은 사진도 보여줬다. 실컷 자랑을 늘어놓은 다음 식물 하나를 더 기르고 싶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해놓지는 않았는데 꽃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눈길을 끈 식물은 있었다. 이름을 몰라 “저거요!”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파리들이 제멋대로 마구 뻗어있는 식물이다. 길쭉한 이파리 끝이 포크처럼 두세 갈래로 갈라졌는데 그 형태가 멋졌다. 사람으로 치면 정수리는 볼륨이 살아있고 끝부분은 자연스럽게 웨이브가 있는 헤어스타일 같다.


“아, 박쥐란 말하는 거죠?”


이름이 외양을 보며 내가 연상한 것과 사뭇 다르다. 원래는 나무나 바위에 붙어서 서식하는데 그 모습이 박쥐가 매달린 것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어떤 사람들은 삐죽한 이파리가 사슴뿔을 닮아서 수사슴의 뿔을 뜻하는 단어(Staghorn)와 고사리과의 식물을 뜻하는 단어(Fern)를 합쳐 사슴뿔고사리(Staghorn Fern)로 부르기도 한단다. 인테리어 좀 안다는 사람들은 박쥐란을 자연목에 부착해 헌팅 트로피처럼 벽에 걸어두기도 하고 공중에 매달아 기르기도 한다고 했다. 설명을 들으니 플랜테리어 관련 자료에서 본 벽걸이 식물이 떠오른다. “그때 그 식물이 바로 박쥐란이었구나!”


벽에 걸지 말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정갈한 외모의 극락조화와 반대되는 외모가 매력적이다. 예쁘다고 무작정 데려올 수는 없는 법. 이번에도 현실형 식물 조건에 부합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극락조화가 잘 자라는 건 어쩌면 운이 좋아서일 수도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르는 법을 물었다. 극락조화와 비슷하단다. 물을 충분히 주고 볕이 직접 들지 않는 그 늘지고 시원한 곳에 두면 된다고 했다. 게다가 예민하지 않아서 특별히 조심해야 할 부분도 없다고 했다. 가족이 될 운명이었는지 원하는 조건에 딱 맞다. 쇼핑 봉투에 넣어서 바로 집으로 데려왔다. 극락조화 옆에 두니 키 차이가 많이 나서 언니, 동생처럼 사이가 좋아 보인다.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환영 인사를 하고 박쥐란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파리에는 회색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있다. 손으로 살짝 만져보니 피아노 의자처럼 보드랍고 도톰하다.


꽃집에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박쥐란에 대해 더 찾아봤다. 겉모습만 독특한 줄 알았는데 살아가는 방식도 범상치 않다. 박쥐란의 이파리는 기능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뿌리를 덮고 있는 둥글넓적한 영양엽, 다른 하나는 내 마음을 빼앗은 생식엽이다. ‘이파리가 두 종류니 새 이파리가 나는 모습도 2배로 더 많이 볼 수 있겠구나!’ 극락조화에 새 이파리가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라 잎에 대해 알면 알수록 흥분됐다. 영양엽은 뿌리의 증산 작용을 억제해 생육에 필요한 물을 저장한다. 나무나 바위에 붙어서 서식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영양엽의 새 이파리는 기존에 난 이파리 위를 덮으면서 한 장씩 난다. 결과적으로 이파리가 겹겹이 쌓이는 셈이다. 색은 시간이 지나면서 녹색에서 갈색으로 변하고 결국 썩는다. 하지만 쓸모없는 게 아니다. 제거하면 안 된다. 이 이파리가 썩으면서 생기는 부산물이 박쥐란에는 영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파리인 생식엽은 번식을 담당하는 포자가 달려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또 한 번 나뉜다. 포자가 달린 이파리가 없는 것보다 1.5~2배 더 길다. 아무리 봐도 이 이파리는 매력이 흘러넘친다. 처음엔 제멋대로 난 잎의 겉모습만 눈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알게 돼 흥미롭다. 사방팔방으로 난 이파리가 마치 한자리에 머물며 사는 식물이 자유를 향해 뻗은 손 같다.


“아직 주변 환경이 낯설겠지만 잘 적응해주면 좋겠어.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부족함 없는 보호자가 될게.

우리, 잘 지내보자!”



끝부분이 두 세 갈래로 갈라진 잎과 사방팔방 제멋대로 쭉쭉 뻗은 모습이 멋스러운 박쥐란. 올곧은 체형의 극락조화와 대비되는 매력에 마음이 사로잡혔다. 또한, 한 몸에서 생활상이 각기 다른 잎이 나는 덕분에 앞으로 어떠한 추억을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박쥐란

소개 | 사슴뿔처럼 길쭉하게 뻗은 잎이 특징.

관리 | 7~10일마다 물을 충분히 준다. 바람이 잘 통하고 볕이 직접 들지 않는 곳에 둔다.

주의 | 통풍이 중요하며 높은 공중 습도를 좋아하므로 분무는 자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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