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어

by 미래




엄마는 언젠가 내가 유치원을 다니다 집으로 왔을 때 '내가 이름을 바꿔주면 안 되겠느냐'라고 물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땐 엄마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 시절 내가 이름을 바꾸고 싶었던 이유는 단지 성이 특이하는 이유였다. 평범하고 이쁘게 느껴졌던 친구들의 이름과 달리 눈에 튀었고 그 당시 주변에 흔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같은 성을 가진 연예 인덕에 낯섦이 덜해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물론 이름을 한 번에 묻고 답한 적이 없었다. 정확한 발음으로 두어 번 말해줘야 그제야 '아~'하고 넘어갔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일들을 종종 겪을 때마다 어린 내가 얼마나 괴로웠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철부지 어린애의 애교 어린 생떼였지만 이해는 갔다.


그때 엄마는 내 말을 듣고 황당했겠지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한 일도 아니다. 아빠의 성만 따르는 시대도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엄마의 성을 쓸 때도 있으니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름을 바꿔달라는 딸에게 과연 무슨 말로 설득을 했는지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쨌든 나는 이름을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름은 아빠 친구분의 어느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다고 한다. 태어나고 내 이름이 정해지는 순간 우리는 000으로 살아간다. 내가 원했던 원하지 않던 세 글자로 나의 존재를 증명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불러줄 때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의 빛을 보며 태어나는 순간 나는 다만 하나의 생명체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게 이름이 정해지고 사람들이 그 이름을 불러줄 때 '내'가 될 수 있었다.


어릴 땐 맘에 들지 않던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내게 물러주신 성과 성의껏 지어주셨을 이름에 감사했다.

처음에는 어려워도 한 번 들은 뒤에는 오래 기억했다. 내 이름을 오래 기억할수록 그건 곧 나를 오래 기억한다는 말과 같았으니까 좋았다.


나를 사랑하는 첫 번째가 내 이름을 사랑하는 일이었다.


반에 한 두 명 정도 있을 법한 이름들, 살면서 한 두 번은 만나 봤을 이름들,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름들 모두 '나'를 말하는 가장 확실한 단어다. 누군가를 만나 나를 소개할 때 가장 먼저 이름을 공개하지 않나.

그런 이름을 우리는 스스로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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