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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Mar 17. 2022

김밥, 잘 말아줘 잘 눌러줘

김밥은 최소 8개 재료 정도 넣고 잘 말고, 잘 눌러줘야 한다. 많은 재료들을 넣고 잘 말지 않는다면, 김밥이 옆으로 터질 것이다. 김밥을 잘 말아 싸다가도 마지막에 잘 눌러주지 못하면 금방 풀어져 밥과 재료들을 따로따로 먹어야 할 것이다. 김밥은 위로 잘 말아주고, 아래로 눌러주는 게 중요하다. 김밥은 방향이다.


삶은 여러 갈래의 길로 되어 있고, 우리는 그중 한 개의 길을 선택해서 산다. 요즘 같은 세대엔 평생직장도 없다고 하니, 하나의 길로 갔다가도 다시 돌아오고, 다른 길로 가는 사람도 여럿 있다. 그럼에도 대학 졸업 후 많은 취준생들의 꿈은 취업이다. 내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먹고살 수 있는 곳,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하고 울고 웃는 곳으로 뛰어든다. 나도 같은 길을 가는 중이다.


김밥은 햄, 단무지, 계란, 오이, 시금치 등 갖가지 재료들을 다 넣고 한 번에 말아준다. 어떤 재료를 어떤 순서로 넣어야 할지는 고민할 수 있겠지만, 어느 방향으로 싸야 할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김 위에 밥을 절반 정도 올리고 밥이 덜 있는 쪽으로 부드럽게 말아주면 된다. 결론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내가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고민 없이 바로 가면 된다. 그리고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김밥을 싸는 주체가 자기 자신이고, 지금까지의 다양한 경험들이 김밥 속 여러 재료들이라면, 조금씩이더라도 앞으로 싸 나가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 길이라고 믿어야 한다. 어차피 우리가 바라는 건 많은 성공, 대단한 성과가 아니다. 목표는 1승이고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 없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고, 눈앞에 있는 목표와 그것을 이뤄낼 자심만 있으면 된다.


김밥의 재료는 다양한다. 지금껏 살면서 다양한 재료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 김밥에 필요 없는 재료는 없다. 꼭 필요한 재료로 정해진 것도 없다. 어떤 것을 넣고 만들어도 김과 밥만 있으면 김밥이다. '내 재료가 너무 평범한 게 아닐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김과 밥의 방향을 바꿔 누드 김밥을 만들면 된다. 누드 김밥도 김밥이니까.


김밥을 잘 말아둔 뒤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김밥 끝에서 김밥이 터지지 않게 잘 눌러줘야 한다는 거다. 김밥을 예쁘게 잘 말았어도 마지막에 꾹꾹 눌러주지 않으면, 김밥은 언제가 터질 것이다. 잘 마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잘 눌러주는 것이다. 번거로운 일이라고 넘겨 버린다면 대략 10개쯤으로 썰어, 접시에 올릴 때 반드시 재료들이 밖으로 빠져나올 것이다.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다면 누구보다 속상할 거다. 완성된 접시에 김밥이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선, 사소한 일도 넘길 수 없다.


김밥, 어떤 재료로도 잘 말아주고, 잘 눌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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