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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Nov 25. 2023

이별해야 배운다

사랑하며 배우는 것만큼 우리는 이별해야 더 많은 걸 배운다. 내가 무엇 때문에, 왜 힘든지, 내가 어떤 걸 고쳐야 하는지, 지금 어떤 걸 후회하고 있는지 말이다. 이별 후 복잡해진 감정을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를 들어야 봐야 상처 난 마음이 아프지만 버틸만하게 묻어두는 방법을 알게 된다.      


 하루 종일 연락하다 3시간 이상 연락 없이 길어지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내가 밤늦도록 잠 못 자고, 걱정하고 분노하고, 불안해하며 10시간을 넘는 시간을 꾹 참고 기다렸던 것도 다 내가 좋아해서 하는 일이었다. 무엇을 고민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하는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그래도 곧 답이 오겠지, 설마 잊지 않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기다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힘들다기보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기다려도 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더 힘든 것이다. 우리는 간절한 만큼 기다리니까. 사랑해서 간절했고, 기대했고, 불안했다. 다 사랑해서 그랬던 것임을 이별을 겪어봐야 알게 된다.      


만남도 쉽게 선택하지 않지만, 헤어짐은 더 쉽게 선택하지 않고, 누구도 쉽게 잊은 적 없어 매번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너와 함께 하는 동안 내 일상이 조금 덜 평범해졌을 뿐이지, 내 삶은 원래 평범했다는 걸 알게 됐다. 아침에 운동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운동하고, 가끔 친구를 만나고, 못 본 드라마와 영화를 챙겨보고, 글을 쓰는 일의 반복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아무렇지 않게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동안 평범하게 살아온 일상도 네가 없어도 얼마나 보람차고, 소중하고 특별한지 알게 됐다.     


늘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 떠나고, 떠나간 자리만큼 마음이 공허해지고, 삶의 의욕을 잃은 듯 힘은 없지만, 잘 살아야지 하며 굳은 결심으로 냉철한 판단을 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우리는 이별의 오답 노트를 쓸 수 있게 된다. 당장은 누구도 사랑하지 못할 것 같지만, 우울한 감정이 걷히고 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이 단순한 망각의 동물이라 사랑하고 상처받고 다시 사랑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만 같다.      


내 마음을 끝까지 다 보여주고 표현했어도, 상대에게 잘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것, 사랑의 온도와 속도가 다를 수 있음을 서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결국 타이밍이 문제가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지의 차이가 달았음을, 다름을 맞춰가려는 노력도 혼자서는 될 수 없다는 것, 때론 시작할 때 너무 완벽하고 신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과감한 선택이 어떤 새로움을 가져다줄지 모르는 일임을, 감정이 다 한 뒤에는 어떤 매달림도 소용없는 일임을. 이 모든 걸 헤어지고 나서야 깨닫고 배운다.      


억지로 다시 인연의 끈을 이어 붙이기엔 늦어버렸지만, 아프게 사랑하며 배운 것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머리로는 잊게 되어도, 다시 똑같이 다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애쓸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단단해진 마음 근육은 아파도 쓰러지지 않을 힘이 된다.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아픈 만큼 더 넓은 마음을 갖고 성장할 것이다. 이별 후 남는 건 감정이 아니라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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