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 May 05. 2024

내가 모르는 너의 웃음을 봤어.

끝났다는 걸 안다. 다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도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네가 신경 쓰였다. 애써 보지 않으려 해도 자연스레 눈길이 갔고, 또 네가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됐다.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같은 곳에서 얼굴 보기 불편해질까 봐 걱정했다는 너의 말에 마음 쓰여 오히려 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럼에도 다 지워지지 않은 미련 때문에 숨기고 싶어도 마음은 숨겨지지 않았다.      


우연히 네가 핸드폰을 하면서 미소 지으며 지나가는 모습을 봤다. ‘나와 연락하던 너도 그런 표정이었을까.’ ‘너를 웃게 하는 그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머리를 스쳤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졌고, 서늘해진 내 눈빛을 네가 눈치챈 거 같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던 실수였다.      


편하게 얼굴 보는 사이가 되었지만, 마음속 깊은 어딘가엔 불편한 마음이 자리 잡은 것 같았다. 시간은 지나도 과거는 지워지지 않고, 기억은 잊으려 할수록 더 생각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해진 만큼 지난 애정만큼은 덜어질까 무섭기도 했다. 해야 할 말이 없거나 아무한테나 연락을 잘하지 않는다는 너의 말을 알고 있었고, 분명하고 확실한 성향이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너의 행동에 분명 아무런 이유가 없지 않을 것이었다.      


내가 모르는 너의 웃음을 봤을 땐, 서운하고, 밉고, 억울하고, 후회되고, 실망하고, 비참하고 절망적이었다. 네가 행복해하며 웃는 유일한 사람이 나이길 바랐다. 네가 웃는 게 내 행복이었고, 너와 있을 때 행복한 나는 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같은 곳을 보며 함께 웃길 바랐는데, 이제 너와 내가 웃는 이유는 서로 다른 곳이 되어야 했다. 너의 웃는 얼굴을 누구보다 좋아했지만, 내가 모르는 너의 웃음에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며 착하다고 말하지만, 사랑하고 이별할 때의 나는 그리 착한 사람은 되지 못했다. 나 없이 네가 힘들었으면 좋겠고, 행복해서 웃는 일이 적었으면 좋겠고, 나보다 좋은 사람은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더 이상 착한 사람은 되지 않겠다고, 쉽지 않겠지만 너와 거리를 두겠다고, 관심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네가 아쉽지 않으면, 나도 아쉽지 않다. 나 역시 내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덜 상처받고, 덜 무너지며 단단하고 강해지는 법을 배워간다.          

이전 13화 나는 더 해볼 수 있는 게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