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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Mar 29. 2024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종일 연락이 오가는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이 좋았다. 지금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일상 공유는 서로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표하고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보고 같은 연락은 내가 너를 불안하지 않겠다는 확신이며, 네가 나를 생각하는 거만큼 내가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애정 표현이며, 우리가 서로 떨어져 있을 때도 마음을 나누고 있고 함께하고 있다는 걸 연결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서로에게 믿음과 확신이 생긴다. 우리가 서로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굳이 내 시간을 쪼개어서, 귀찮음을 감수하고서라도 전하는 마음에는 의미가 있고,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안정감은 있었지만 마음 한 켠으로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아직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확답을 내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예측할 수 없는 사람 마음에 대한 초조함이 있던 것 같다. 특히 서로에게 굿 나이트 인사를 마무리하고 잠에 들 때면, 아침에 눈 떴을 때 굿모닝 인사가 와 있을까. 평안한 밤을 보낸 후 다시 산뜻하게 아침을, 또 새로운 일상을 마주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걱정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연락이 이어지지 않지 않을까, 나만 손 놓으면 끝나는 관계일까, 상대는 무슨 마음일까 혼자 고민 걱정하는 시간이 늘어갔고, 적당한 시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고민이 더 깊어지기 전, 시간을 돌이켜 더 상처받기 바로 직전이 타이밍이라 생각했다. 관계 정립이 필요했다. 그 생각이 들 때쯤 연락을 그만뒀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으로 후회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고, 어떤 감정의 파동을 몰고 올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고, 상대의 알 수 없는 마음이 궁금하기도 했다. 궁금했거나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연락을 먼저 어떻게든 했을 테니까. 연락이 오지 않으면 그걸로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라고, 대답 없는 대답의 의미를 받아들이기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 ‘아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연락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이 마지막 카톡이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안 좋은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그렇게 연락은 끊겼고, 우리는 자의 반 타의 반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어쩌면 지금까지 본 상대의 성격과 내가 아는 성향으로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기에 나름 차분했고, 의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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