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떤 점이 좋았어?”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 거야?”라고 물으며 사랑은 시작된다. 어쩌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몰라도 질문에 대한 답을 곱씹으며 자연스레 스며들었던 사랑을 되짚어 보기도 한다. 이 같은 질문에 보통은 나의 밝음과 에너지 넘치는 모습, 때론 얄밉지만 나름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 어떤 장난도 잘 받아치는 타격감 좋은 면, 여러 사람과 잘 지내는 사교적이고, 유쾌한 해맑음이 좋다고 했다.
상대가 느끼는 나의 장점들로 여러 사람과 쉽고 빠르게 가까워진다. 진짜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쉽게 친해지긴 하지만 어느 정도 선이 존재하는 거 같다고 말하지만 말이다. 쉽게 잘 친해짐과 동시에 인간적,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관계도 늘어갔다. 쉽게 친해질수록 빠르게 식어버릴까 두려웠고, 오히려 거리를 두며 오래 깊은 관계로 이어가길 바랐다. 확신을 주지 못한 마음과 불안정한 관계에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서로 좋은 감정을 쌓아가다 더 관계가 이어지고, 깊어지지 못하기도 했다. 사람 마음이란 건 억지로 강요한다고 되지 않는 본능에 가까웠다. 그럴 때면 듣는 말은 언제나 “너의 장점들이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말이었다. 너의 그 밝음과 사교적인 모습들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것 같고, 얄미우면서도 귀여운 모습들도 자신들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아니기에 불안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장점을 보고 친해졌지만, 결국엔 단점이 되어 떠났다.
누군가엔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지만, 내게 있는 여러 모습을 숨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민낯으로 운동해도 전혀 상관없었고, 남들과 달리 땀을 뻘뻘 흘려도 부끄럽지 않았다. 단점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콤플렉스도 있지만, 사람은 상대가 어떻게 봐주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나와 같거나 다른 부분들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단점을 단점으로 보지 않는 사람, 단점까지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사랑이 깊어지는 것 같다.
나는 누구에게나 있는 그대로 똑같았고, 늘 제자리였지만, 상대의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내가 달라져 억지로 상대에 맞춘다는 것은 아니었다. “장점을 보고 다가와서, 단점을 보고 멀어지지 마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들의 사랑은 장점이 단점이 되면 헤어진다. 어느 드라마 속 대사처럼 밥 잘 먹어서 예쁘다고 한 사람도 밥 먹는 게 보기 싫다며 이별을 고하는 게 아주 낯선 일이 아닌 듯하다.
역시 사랑은 호르몬 작용의 일부이고, 사랑의 유효기간이 있다지만, 늘 예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크게 볼 수 있는 사람, 장점을 단점으로 보고 떠나지 않는 사람, 단점까지 이해하고 맞추며 오래 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의 사랑이 존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프고 상처받아도 여전히 그런 낭만적 사랑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