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 Dec 30. 2023

헤어져야 알 수 있는 것

최근 강추위를 이겨내고 친구와 만났다. 오랜만에 친구의 얼굴을 보고, 이제 막 첫 연애를 시작한 친구의 근황을 듣기 위해서였다. 날은 추웠지만, 사랑의 허전함을 우정으로 대신할 수 있는 날이라 마음은 따뜻했다. 친구가 내게 연애 고민을 털어놓았다. 혼자인 내게는 꽤 아픈 질문이긴 했지만, 내가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다는 게 내심 기분은 좋았다. 친구의 고민은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언제쯤 하냐는 것이었다. 지난 기억을 되짚어 보며 잠시 고민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내가 상대를 얼마나 믿고 확신하는지,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얼마나 넘쳐흐르는지에 정해진 시기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 우리의 이야기는 사랑이 뭔지, 언제 사랑을 알 수 있는지로 이어졌다. 사랑에 관한 글을 쓰고 있어도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헤어져야 사랑을 알게 되는 것 같다. 행복하고 사랑하고 있을 땐 우리가 보는 세상은 한 사람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듯 주변 상황과 배경은 흐릿해진다. 하지만 헤어진 후에 우리가 보는 시야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기 때문에 흐릿해진 배경마저 선명해진다.      


연인이란 가장 가까운 타인이라고 한다. 연인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면서 사랑하는 동안 가장 가까이에서 나의 일상과 모든 감정을 공유한다.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또 서로 다른 부분이 많아 갈등하는 일도 많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이는 부딪히고 깨지고 다시 이어지고 연결됨을 느끼고 안정감을 느끼고 사랑하며 나와 완벽히 다른 타인과 최선을 다해 가까워지는 관계다. 그리고 헤어진 후엔 어쩔 수 없이 다시 타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무언가를 깨닫고 알기 위해서는 한 번은 잃어봐야 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선 하나를 잃어야 하는 세상의 진리는 변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보고, 소중한 것을 잃어보며 그동안 내가 가졌던 것이, 내 옆에 있던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 것이었는지 다시금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사랑은 내 옆에 있는 것을 지키는 것이라는 걸, 곁에 있는 소중함이 사랑이라는 걸 알아간다. 쉽고 빠르게 선택하고 정리하는 게 아니라 적당한 거리, 적당한 온도로 오래 머무르는 게 내가 바라는 사랑이라는 것도 깨닫는다.      


사랑해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고, 헤어져야 사랑을 알게 되는 것처럼 헤어지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랑은 늘 어렵고, 해도 해도 모르겠지만, 아프면서 배운 사랑 속에서 성숙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 이별의 아픔을 견디면서 다음 사람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은 분명했다. 예의 있는 헤어짐이 잠시라도 사랑했던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인사이며, 나와 다른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은 헤어진 아픔을 겪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전 07화 가끔은 보고 싶기도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