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한 달, 두 달 지나면 괜찮아져. 그러니 널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 때문에 아파하지 말아’라며 위로해 줬던 언니의 말이 생각난다. 어쩌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 혼자 아파하지 않으려, 혼자서도 잘 이겨내고 살아보고자 애썼기에 괜찮아졌을지 모른다. 괜찮은 척하며 보낸 시간 동안 내 할 일에 집중하며 행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가끔은 잊으려 하면 할수록 생각나서 고통에 몸부림치기도 치고 했고, 때론 너의 소식을 들여다보며 잠시 아픔을 지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잊으려 해도 더 선명해지는 기억에 가끔 보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내게 너의 안부를 물어보는 사람을 만나거나 같이 하기로 했던 일들이 생각날 때, 즐거운 공간에서 너와 함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잊었던 네가 가끔 떠오른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혼자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자는 다짐뿐이다.
가끔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그리운 마음 때문인 걸까. 너라는 사람 자체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운 마음 때문일까. 헷갈리는 마음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누구도 쉽게 좋아하지 않는 내가 진심으로 너를 좋아했다는 증거만큼은 확실했다.
사랑이 끝났다는 절망보다 조금씩, 단단하게 쌓아온 감정과 관계를 단숨에 끝내버렸다는 허망함과 너에게 그렇게 온전히 마음을 다 보여줬던 나를 버렸다는 실망감에 정신 못 차리는 날이 있었다. 언젠가 웃으면서 볼 날이 있을까.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까.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보고픈 마음도 들고, 너의 삶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조용히 잊어가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미 끝난 사이. 아마 너는 내 마음과 같지 않을 것이기에 홀로 감정을 삭이는 법을 배운다.
나 없어도 잘 지내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예상한 아픔에도 며칠은 괴로워했다.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이렇게 글을 쓰곤 했다. 괴로움과 그리움을 글로 쏟아 내어 혼란했던 마음을 진정시켰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내 마음을 담고, 문장마다 너 생각을 떠올리면서 스스로 병 주고 약 준다. 내 아픔은 내가 잘 알기에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처방이다.
내 삶의 원동력이 너는 이제 너 자체로 내 글의 이유가 되었다. 우리 사이는 한 편의 글로 남았다. 그래 가끔은 보고 싶기도 해. 하루는 보고 싶다가도 또 하루는 잊고 잘 살아가고, 다른 사람처럼 그렇게 조금씩 잊어가며 버텨볼게. 혼자서 뭐든 잘하는 나니까 괜찮다. 오늘도 너의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네 생각으로 하루를 끝을 내더라도 말이다. 네가 모르는 너의 이야기는 나의 글이 되어 남았으니 이걸로 기억된다면 문제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