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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Dec 17. 2023

마지막까지도 걱정하더라

해볼 만큼 다 해본 후에 할 수 있는 건,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정리하는 일뿐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아 화도 나고, 밉기도 하고, 답답하고, 안타깝고 복잡한 마음이 들 것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상대를 미워해봤자 결국 나중에는 그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나만 힘들기 때문에 미워하는 마음조차 내려놓았다. 이렇게 끝나게 된 관계가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기에 내가 다스릴 수 있는 감정에만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      


관계가 끝났음을 깨달았음에도 서로 쿨하지 못해 자신의 마음을 변명 삼아 전하고 있었다. 어설프게 붙잡으려는 것도 아니었을 테지만, 어쩌면 서로 남아 있는 감정 밑바닥까지 잘 정리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최대한 자신의 상황을 이해시키고, 자신의 솔직한 감정 상태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 선택을 내리기까지 수많은 고민의 과정이 있었음을 하고 말이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만, 적당한 미련과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면서도, 바뀌지 않는 마음, 변하지 않을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가슴이 따뜻한 로봇처럼 답장을 이어갔다. 머리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하며, 뜨거워진 마음을 천천히 식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때론 머리와 가슴의 다른 온도가 나를 너무 혼란스럽게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마지막까지 좋은 사람, 좋은 기억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일부러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아니다. 조금 서툴고 늦긴 했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 말고는 잘못이 없었기에, 우리가 잘 맞지 않았을 뿐 서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만큼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한 과정으로 여겼다. 좋은 이별, 아름다운 헤어짐은 없지만, 굳이 이별이라는 아픔 속에 더 나쁜 감정까지 더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는 카톡창을 보며 조금은 생각이 나긴 하지만, 그럭저럭 나름 열심히 살고 있을 만큼 괜찮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했지만, 나보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으면서도, 나보다 좋은 사람은 만나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도 들고, 너의 삶을 응원하지만, 내 삶이 소중하기에 나도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졌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너의 말처럼 나 역시 너무 잘 지낼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솔직하게는 어떤 이유에서건 네가 내 손을 놓았던 것을 조금이나마 후회했으면 좋겠다.      


나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감정이 식어버렸다면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현실을 즉시하고 그만두기를 선택했지만, 결국 나는 마지막까지 너의 걱정을 했다. 잠도 못 자고 일하느라 늘 피곤해했고, 생각도 많고, 걱정, 불안도 많은 네가 밤새 고민하느라 잠을 푹 자지 못했음을 알기에 그동안 힘들었다면 이제는 편안하게 푹 잠을 잘 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동안 너의 연락을 기다리느라 잠을 설쳤고, 너의 생각 시간이 언제 끝날지, 어떤 마음으로 고민하는지 생각하느라 침대 위를 뒤척였지만 말이다. 아이유 <밤편지> 노래를 듣다 보니, 관계는 끝났어도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컸다는 것은 확실했다. 이렇게 걱정하는 마음 접어두며, 너를 향한 나의 마음도 천천히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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