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만나 자연스레 호감이 생기고 이성적인 감정이 생기는 건 자연스럽다. 사람에 따라 쌓이는 감정의 속도는 다르다. 누구는 빠르게 쌓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오래 보면서 천천히 쌓여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속도로 쌓인 감정이든 쌓인 감정이 좋은 관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만두어야 할 때는 감정을 덜어내는 일도 온전히 내 몫이다. 감정이 쌓인다는 건 자연스레 스며드는 과정이다. 한 순간에 빠진 감정이 아니라 물 흐르듯, 시간 지나 자연스레 익숙해진 감정은 누구도 쉽게 씻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상대를 잊기 위해선 반드시 해야 한다. 어차피 변하지 않는 현실에 남은 감정 안고 아파해봤자 누구도 나의 아픔을 대신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이 대신 덜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 쌓은 감정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나도 모르게 싹튼 감정이라 누구를 탓할 수 없다. 그러니 내가 차곡차곡 쌓았으면 한 줌씩 덜어내는 것도 나의 일이다.
힘든 시간은 3일. 3일만 아파하자. 하루 만에 모든 일을 없던 것처럼 완전히 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이라면, 진심을 다해 마음을 표현했다면 누구나 적당히 힘들고, 아파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3일이면 슬픔을 받아들이기에 적당하다. 더 오래 아파할수록 힘든 마음을 벗어나기 어려우니까. 충분히 슬퍼한 후에는 천천히 일어서면 된다. 못할 거 같지만, 막상 괜찮다고 생각하면 별 일 아니다. 말은 쉽지만, 생각을 억지로 지운다는 게 마음처럼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생각이 나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덜어내는 과정은 참는 시간이다. 참아 내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아프고 고통스럽다. 이 힘듦을 참지 못할 것 같아서 내 마음이 다치기 싫어서 마음을 덜 쓰라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다 써봐야 그만큼 덜어내기도 쉽다. 내 마음을 다 썼을 때 나와 맞는 사람이었는지, 좋은 사람이었는지가 더 명확하게 보일 것이고, 그렇다면 감정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행복과 즐거움을 알려준 사람이기도 하지만, 아픔과 슬픔을 남겨준 사람과의 모든 추억과 감정들을 하나씩, 천천히, 담담히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렇게 우리는 아파야 성장하고, 경험으로 배우며 온전히 나대로 서는 법을 알게 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키운다.
헤어짐의 과정도 좋아함의 일부이고, 상대와의 관계를 잘 정리하는 일이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함께했던 사람이 함께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뜨겁게 사랑한 후 다시 차가워지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감정을 덜어내는 과정에서 우리가 해야 할 건 최선을 다해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 그렇게 잘 지내는 것이다. 평소처럼 일어나고, 끼니를 거르지 않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지쳐 아무 생각 없이 잠에 들며 하루하루 충분히 잘 살아가면 된다. 담담히 견뎌내고 씩씩하게 나아가는 것, 그거면 된 거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꽤나 씩씩하고 가치 있다. 평범함 하루를 다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 하루가 모이면 우리는 다시 괜찮아질 것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괜찮았고, 혼자서도 열심히 잘 살아왔다. 그리고 조금씩 덜어냄에 익숙해지면 하루하루 무뎌지고, 그만큼 마음이 단단해지고, 더 성숙해질 것이다. 비로소 홀로 설 수 있을 때 우리는 무엇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