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가수 박원의 <노력>이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은 구걸이 아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음을 알게 되었을 때, 이 노래를 듣는다면 가슴이 미어질 것이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선을 다해 사랑하기 위해 노력을 해봤을 것이고, 결국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노력하지 않고 유지되는 사랑이 있을까. 서로 다른 우주에 있는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는데, 어떻게 처음부터 완벽하게 맞을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세상에 있긴 한 걸까. 관계를 지키고 싶고, 사람과 사랑을 유지하는데 의지가 중요하다면 그것은 노력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잘 맞는 사람들 중에서도 둘 중 한 사람은 더 노력한 사람이 있었기에 더 오래 사랑이란 관계를 유지했을 수 있다.

나는 사랑에 후회를 남기는 게 싫다. 내 감정 온전히 쏟아 내지 못하고 이별한다면 남은 감정은 오롯이 나의 몫이 되기 때문에, 그 감정을 갖고 홀로 마음 아파하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할 만 큼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계를 유지하고, 사랑을 지키려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누군가는 굳이 왜 애써서 노력하느냐, 안 맞는 사람은 그냥 안 맞는 거니까 그만두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력도 안 해보고 끝난 관계랑 할 만큼 다 노력하고 끝난 관계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늘 애매하게 남겨두고 싶지 않다. 일이든 사랑이든,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나는 후회 없이 해봐야 한다.

‘나는 할 만 큼 했다.’는 마음은 조금은 힘들더라도 온전히 마음을 쏟았고, 더 이상 쏟을 마음도 힘도 없을 때이다. 그리고 더 이상 노력이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되고, 서로의 관계에 고민이 되는 시점에서는 모든 걸 놓아버린다. 나 혼자만 노력하는 관계는 유지될 수 없고 그건 사랑이 아니니까. 원래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렵다. 행복하고, 밝고 따뜻한 것만이 사랑이 아니다. 때론 우울하고, 슬프고, 아픈 것도 결국 사랑이다. 그 사랑을 얼마나 감당하고 버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누군가는 고생길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매번 웃고 행복할 수 있나. 울고, 웃고, 화나는 것도 모두 사랑해서 나오는 감정들이다. 그 감정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 서로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다른 우리가 만나 얼마나 서로 맞춰나갈 의지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처음 만난 사람과 티격태격 삐걱거리는 것도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 다름이 힘들어서 관계를 끝내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오래 관계를 지켜나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맞춰 나갈 의지가 없는 사람은 관계 유지에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런 사람과는 오래 관계 유지를 하기 어렵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고 다른 사람끼리 마음이 맞는 일은 더더욱 대단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되는 일이 엄청난 것처럼 말이다. 서로 다른 우리에 고통받으면서도 우리는 또 아프고 속 끓이면서 사랑을 하며 산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란 게 사랑하는 마음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계속 사랑할 거라는 믿음을 보여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절반 이해하면서도 계속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은 현재의 관계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그 사랑을 지키려는 노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주 잘 맞는 9개가 있어도 안 맞는 1개를 못 맞춰서 관계를 끝낸다고 한다. 그 작은 1개가 얼마나 서로 크게 느껴졌기에 관계를 그만두었을까. 1개만 맞춘다면 정말 완벽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래야 내가 노력하고 표현하는 만큼 상대도 알아주고 노력해야 좀 더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잘 맞는 사람이 있는 걸까. 완벽히 딱 퍼즐을 찾는 게 사랑이 아니라 어떤 그림을 원하는지에 맞는 퍼즐을 찾아 나가는 게 사랑 아닐지.

그래서 억지로 끼워 맞추려 노력하는 사람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

최선을 다해 노력하다 힘에 부친다면, 아직도 좋아하는 마음은 있지만 더 이상 속앓이를 그만하고 싶다면 그때는 그만두어도 된다. 내 노력의 가치를 알아봐 주지 못하는 사람은 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 나를 버린 사람은 자신을 정말 사랑해 주는 사람을 놓친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