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 May 14. 2024

끝을 본 사람이 강해진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그 끝이 창대할지 비참할지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누구도 모른다. 경험만큼 큰 자산이 없다고 믿는 나는 무슨 일이든 직접 해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고, 깨지고 상처받고 후회하는 일이 있어도 먼저 몸을 던지고 봤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니까. 일만큼 사랑할 때도 내 성격은 달라지지 않았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잘 다가갔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알게 모르게 티를 내기도 했고, 은근히 질투의 시선도 보냈다.      


누군가는 내 속마음을 쉽게 다 보여주지 말라고 말하지만, 언제까지나 소심하게 마음을 숨기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 내게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지 못했다. 태생이 불나방이었나 보다. 무엇이 뜨거운 불였는지 모르고 빛만 보면 냅다 달려들지만,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구차함에 무릎 꿇어보고, 비참하게 무너져 보고,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크더라도 낭비였던 시간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성숙해지는 가치 있는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끝까지 다 해본 사람만이 강해진다고 믿는다. 상처에 대한 면역과 아픔에 견뎌낼 수 있는 내성이 있어야 더 큰 시련이 오고, 위기가 닥쳐도 꺾이지 않는 마음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한두 번 상처받았다고 혼자 아파하고 무너지면 그 자리가 끝이기에, 누가 일으켜 주지 않아도 씩씩하고 밝게 일어나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결국 다 지나간다. 꿈같은 사랑은 언제나 달달하지만, 사랑은 마치 꿈만 같지 않다고. 단꿈에 생채기가 나지 않으려면 꿈에서 깨어난 이후엔 얼른 나의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시작은 있어도 언제, 어디가 끝일지 모르는 사랑의 길에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 뛰어본 사람이었으니 더 이상 후회와 미련 따위 접어두자. 솔직하게 내 마음을 투명하게 다 보여주었던 게 잘못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가는 길에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내 길만 걷는다면, 더 좋은 사람이 그 길을 같이 뛰어줄 수 있고, 내 앞뒤에 있는 사람과 함께 걸으며 친구를 얻을 수 있고, 내 속도에서 볼 수 있는 변해가는 시간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강해지려면 위기를 겪어야 하고, 시련을 이겨내고 단단해진 사람을 우리는 주인공이라 부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모르는 너의 웃음을 봤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