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 May 22. 2024

나는 클리셰 같은 사랑이 좋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클리셰는 억지로 웃긴 상황을 연출하거나 감동적인 순간을 억지로 만들어내려는 설정을 말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이는 클리셰는 작위적이고 지겹고 재미없을지 몰라도, 사랑할 때는 이 지루하고 뻔뻔한 상황과 관계가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는 확신, 날 가볍게 버릴 거 같지 않은 단단한 믿음,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는 안정감으로 사랑의 크기를 확인하게 하고, ‘아 이런 게 사랑이구나’를 알게 한다.      


클리셰 같은 사랑이 좋다. 서로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 주고, 확신 없어 투닥거리는 과정도 마음 깊은 곳에 서로 호감이 있다는 걸 알게 하고,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들도 추억의 한 페이지로 적어 두고, 우리에게 다가온 우여곡절을 다 이겨내고 결국 종착지는 서로로 마무리되는 결말.      


우리의 사랑이 첫눈에 반해 서로 운명적으로 이끌리고, 외부적이든 내부적이든 각자가 마주한 장애물들을 극복하며 결국 사랑의 완성을 이루는 멜로드라마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친구처럼 편한 사이에서 서로 장난치고 투닥거리며 오해하고 멀어져도 다시 서로 그리워져 필요한 존재를 깨달아가는 로맨틱 코미디여도 좋다. 그런 클리셰가 가득한 꽉 막힌 드라마 같은 사랑을 원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사랑은 그 어떤 낭만적인 드라마나 영화가 되지 못한다. 그런 뻔하고 짜인 대본 같은 완벽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지만, 왜 우리 삶은, 사랑은 씁쓸하고 아련하고 비참한 흑백영화 같은지. 그래서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사랑을 이루는 게 우주의 축복을 받는 것처럼 대단한 일인 건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로맨스 드라마에 나오는 사랑이 더 설레는 이유도 짐작 간다.      


서로의 마음을 몰라 주면, 혼자 속앓이 하는 시간은 길어야 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오래 걸리며,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일은 정말 드물고, 사랑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끝까지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음을. 사랑의 완성과 결실 모두 완벽하기란 쉽지 않은 일임을. 로맨스 드라마를 보며 나도 그들과 같은 밝고, 따뜻하고, 낭만적이고, 두근거리는 사랑 이야기를 쓰는 주인공을 꿈꾼다. 꽉 막히고 답답한 이야기라도 달디단 고구마 같은 사랑을 바라면서. 그것이 곧 청량한 사이다 한 모금과 다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끝을 본 사람이 강해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