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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Jun 07. 2024

사랑하면 바보가 돼.

기약 없이 기다리는 일은 잘하지 못한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도 분명한 편이다. 늘 고민보다 고를 외치며, 머리보다 마음이 가는 일을 더 따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 중 사랑한다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먼저 사랑할 때 더 행복감을 느낀다. 별거 아닌 일에도 웃을 줄 알고,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하는 날이 늘어가기 때문이다. 사랑하며 변화하는 내 모습이 싫지 않다면 그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랑받는 기쁨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지 잘 알지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 변화를 끌어내기에는 크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내 모습이 꽤 사랑스러워 보이려면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게 나랑 맞는 것 같다.      


생활에 미숙한 점은 많아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 인생 계획 하나는 나름 똑 부러지게 정해 산다고 자부한다. 가끔은 이기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를 지키며 무너지지 않고 잘 사는 법, 어디서든 당당하게 보이는 법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랑하면 바보가 된다. 일에 있어서 똑 부러지는 어떤 사람도 사랑 앞에서는 바보가 된다. 사랑은 그렇게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가끔 내가 아닌 나로 보이게 만든다.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사랑의 힘이란 건 우리를 변화시킨다.      


네가 어떤 마음인지도 모른 채 나를 흔들어 놓을 때마다 또 바보 같이 흔들리고,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내가 격하게 마음이 요동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못났고 멍청해 보이는 내 모습에 흔들리지 말아야지, 오해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다 잡으려 했다. ‘난 더 이상 사랑하면서 바보는 되지 않을래. 바보 같은 사랑 따위는 하지 않을래’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그런데도 바보 같은 내가 좋고, 바보가 되어도 사랑하는 내가 좋다. 너의 표정, 눈빛, 말투가 신경 쓰여 잠 못 이루고, 분하고 억울해서 화가 나 눈물이 나도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신경 쓰이는 하루를 보낸다. 사랑하면서 바보는 될 수 있지만, 바보 같은 사랑은 안 하는 게 맞다. 속앓이 하며 보내는 시간들은 아깝고, 감정 소모, 시간 낭비하느라 내 아까운 하루를 헛되이 보낼 수 없다. 언제나 비참하고 미련한 사람은 바보 같은 사랑에 당하는 쪽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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