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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Jun 11. 2024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을 때 내가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까. 좋아함은 불안함을 동반한다고 한다. 지금의 이 행복이 사라질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영원한 건 없다는 건 알지만 누군갈 좋아하면, 영원히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인 것 같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과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언제나 공존하기 때문에 좋아할수록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두려움일 수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그가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 또 상대도 그를 눈여겨보고 있는 사람과 한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은 적이 있다. 분명 여러 사람들이 함께하는 자리였지만, 세 사람만의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는 자리였다. 눈빛, 행동, 표정으로 사랑의 작대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고, 미움, 원망, 욕심, 질투, 낯섦까지 여러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그 묘한 분위기에서 밥이 잘 넘어갈 리가 있나. 진수성찬이 앞에 있어도,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절로 배불렀다. 알코올이 들어가는 중이었음에도 오히려 정신은 또렷해졌고,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이 가라앉았다.      


사랑의 불씨는 질투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이 보기 싫고, 언제 왜 어떻게 친해졌는지 궁금하고, 나랑 있을 때 보지 못한 웃음과 행동을 보게 될 때면 편하게 웃을 수 없게 된다. 입으로는 웃고 있는 것 같지만, 얼굴 표정은 나도 모르게 굳어지게 되고, 상황을 살피느라 눈은 바쁘고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확신은 너의 모든 것을 신경 쓰고 있는 것 이상으로 다른 이와의 관계와 감정을 부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알아차린 순간에서부터다.      


눈치 없는 척하는 것도 한두 번이었다. 때론 특별히 신경 안 써 보이려 해도 눈에 거슬리는 것들은 참을 수 없어 웃어 보이려도 해도 인상이 찌푸려졌고, 포기해 버린 순간 내가 웃고 있는 게 웃고 있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내 잃어버린 웃음의 의미가 조커 웃음과 비슷했을까. 즐거운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는 배려의 웃음이었고,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는 수용의 웃음이었으며,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애써 눈물을 감춰 보는 웃음이었다. 내 미소 뒤에 숨겨진 웃음의 의미를, 웃고 싶지 않을 때도 웃어야만 하는 웃음은 꽤 에너지 소비적이었다. 내가 웃고 있다고 우습게만은 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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