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 Jun 14. 2024

나쁘지도 않지만 좋게도 나오지 않는다

쏟아지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어서 역술가의 도움을 받아본 적도 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게 맞는지 확인받고 싶기도 했고, 내가 모르는 너의 비밀스러운 속마음을 알고 싶어서였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확인 사살을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오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 감정에 매몰되다 보면 판단이 흐려질 때도 많았다. 앞으로 우리의 관계에서, 내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도움 되길 바랐다. 상대가 준 첫 번째 화살로도 모자라 내가 나에게 쏘는 두 번째 화살이었다.      


꽤 다양한 곳에서 몇 번 상담을 받아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쁘게 나오지는 않는다’였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결국 좋게 나오지도 않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서로 좋은 마음이 오갔던 것은 맞지만, 이렇게 애매하게 끝날 사이였다는 것이 점을 쳐보나 현실로 보나 맞아떨어졌다. 어긋났던 타이밍, 달랐던 마음의 온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문제였다. 진작 도움을 받았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좋은 궁합으로 보이지 않고 결국 나만 힘들어지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아득해진 머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전화 상담을 하고 난 후 예상대로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었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확한 정보도 있었다. 한 사람만의 의견이라면 믿지 않았겠지만, 공통된 의견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걸 굳이 한 번 더 알고 싶지 않았던 변덕스러운 마음에 마음이 쓰렸지만, ‘이미 알고 있었잖아’ 하며 침착해진 마음으로 상황을 돌아보기로 했다.      


사주, 운세, 궁합이라는 건 믿기 나름이겠지만, 결국 판단과 선택은 내 몫이라는 것이다. 사랑에 용기도 필요하지만, 아닌 것은 확실하게 끊어낼 줄 아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의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늘의 운명을 거스르더라도 우리가 만날 인연이라면 언제라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지금 이어지지 않는 관계라고 해서 비참해하거나 마음이 맞지 않는 사이라는 사실에 우울해질 필요도 없다. 그저 혼자라도 더 괜찮은 내 모습을 잃지만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이전 19화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