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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um Dec 30. 2023

다이어터의 하루는 22시간이다

어서 와, PT는 처음이지?

 필자는 이제껏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PT라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15년 전쯤 당시 새로 오픈한 짐에서 일하는 친절한 트레이너로부터 꽤나 자세하게 여려가지 대기구, 덤벨, 매트 운동법 등을 배웠더랬다. 중간중간 운동을 쉰 기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꾸준하게 그때 그 시절에 배운 대로 혼자서 운동을 해왔다. 그래서 PT 트레이너와 첫 수업 전 상담에서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혼자서 꽤 오랫동안 운동을 해오긴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부쩍 살이 쪘고 혼자서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고는 있는데 성과가 없어서 도움을 받으려고 PT를 등록하게 되었어요."


 나름 운동 쌩초보는 아니라는 것을 은근슬쩍 어필한 셈인데, 본격적인 트레이닝 수업에 들어간 지 20분도 되지 않아  뱉어 놓은 말들을 다 주워 담고 싶은 심정이었다.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해보니 대기구 운동, 스쿼트, 데드리프트, 덤벨운동, 매트운동 등 뭣 하나 제대로 하고 있는 운동이 없었다. 운동 템포는 너무나 빨랐고, 근육이 아닌 반동을 이용하여 운동하고 있었으며, 팔이나 다리 근육이 고르게 발달하지 않아(바깥 근육에 비해 안쪽 근육이 매우 빈약한 상태) 축이 심하게 흔들렸고 둥글게 말려있는 어깨 탓에 승모근은 한껏 긴장되어 쿡쿡 쑤시고 아플 지경이었다. 한 번의 설명으로는 운동법을 이해하지 못하여 몇 번이나 시범을 보고 설명을 들어야 겨우 습득할까 말까 한 '운동 젬병'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예를 들어, 데드리프트의 경우 슬랩스틱 코미디와 다를 바 없는 몸개그를 펼치는 수준이었다. 팔이나 손으로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립근과 복근을 이용하여 햄스트링이 최대한 늘어나도록 엉덩이 높이를 유지한 채로 엉덩이를 뒤로 뺐다가 다시 제자리로 올라와야 하는데, 제 자리에서 엉덩이를 뒤로 빼지 못하고 스쿼트하듯 무릎을 구부리며 주저앉았다가 손과 팔의 힘으로 바벨을 들어 올리는 해괴한 동작을 시연하였다. 몇 번이나 설명을 듣고 트레이너의 시범을 보아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제 막 체계적으로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운동신경과 근력, 유연성이 초보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머리가 지지리도 나빠서 이런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하는 게 아닌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주 2회 PT를 받으며 수업이 없는 날에는 배운 운동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연습했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22시간이라는 생각으로 매일 2시간씩 할애하여 운동했다. 여성의 경우 과도한 무게로 근력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매일 운동을 해도 괜찮다고 트레이너가 조언해 주었다.

 그렇게 매일 식단을 철저히 지키고 운동하는 루틴을 이어갔다. PT를 받은 지 2주를 포함하여 혼자서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총 50일가량이 지나고 나서야 체중계의 숫자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중년의 다이어트는 20~30대 시절에 비하여 두세 배 뼈를 깎는 노력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나와의 싸움이다. 살이 빠지기까지 이토록 오랜 기간이 걸린 것에 대해 나는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건너온 다리를 불태워버렸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그동안 체중계의 숫자로 나타나지만 않았을 뿐 몸 안에서는 이미 지방이 열심히 타올라서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나기까지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예전에 다니던 동네 스포츠센터 앞 현수막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있었다.


운동 효과는 3개월부터!   

 

 왔다 갔다 하며 눈으로 보기만 했지 주의를 1도 기울이지 않았던 이 단순한 문구의 의미를 이제야 내가 몸소 절실히 깨닫다니 ㅜㅜ


 지금 이 순간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나 몸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해 맹훈련(?) 중인 분들, 특히 그 과정에서 슬럼프에 빠져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여러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우리의 몸은 이미 변화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성과가 아득하게만 느껴지고 쉽게 눈앞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매일 하던 대로 계속 뚜벅뚜벅  걸어 나가십시오. 곧 여러분의 두 번째 리즈시절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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