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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콩떡 Oct 14. 2020

아빠가 꿈에 나왔다.

그리운 울 아부지

아빠가 꿈에 나왔다. 아빠는 식음을 전폐하고 거의 아무것도 드시려고 하지 않으셨다. 내가 고향집에 갔을 때 아빠는 장롱에서 무언가 찾으려 하고 있었다. 동그란 장식을 막 찾자마자 입에 넣고 삼키려 했다. 나는 제지했고 이내 아빠를 데리고 거실로 나와 내 무릎에 앉혔다. 보온병에 들어있던 계란죽과 계란찜을 아빠에게 떠 먹여 줬다. 뒷부분은 자세히 생각나지 않는데 아빠가 밥 먹기를 많이 거부하셨고 말도 어눌하게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예전 힘세고 멋있었던 아빠의 모습은 이제 내 기억 먼 곳으로 가고 아빠의 마지막 어눌했고 힘없는 모습이 선명해지는 듯하다. 너무너무 보고 싶고 그립다.


어젯밤에도 아빠의 마지막 수술에서 나오셨을 때 얼마 안도하셨을까. 내가 그날 가서 병간호했다면 아빠가 살아계시지 않았을까. 불속에서 얼마나 뜨겁고 무서웠을까. 혹시 장례식에서 마지막 얼굴 봤을 때 아빠는 그냥 자고 있었던 게 아녔을까.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너무 슬프다. 어버이날에 내가 준 카네이션 화분을 안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 찍던 모습, 늦게 왔다고 나랑 같이 식탁에 앉아 밥 먹어주던 모습, 암세포가 십이지장 입구를 막고 있어서 음식이 맛없었을 테고 피곤하셨을 거고 이도 성하지 않아 고기가 질겼을 텐데... 아빠는 내 옆에서 너무나 맛있게 닭백숙을 한 그릇 뚝딱했다.


수술 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5만 원권을 쥐어주던 아빠를 보고 엄청 울었었고 가족들 모두 왜 애를 울린다며 수술 잘 돼서 또 용돈 줄 거라며 다들 웃으며 넘겼는데... 그때가 진짜 마지막 용돈이 되었다.


이제 나는 용돈도 받을 수 없고 아빠도 볼 수 없다... 일어나자마자 아빠 생각에 너무 슬픈 하루가 될 것 같다.


아빠 하늘나라에서 나 지켜보고 있는 거 맞지?

내 꿈속에 자주 나와줘. 나 너무나 아빠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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