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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Jul 11. 2024

어떤 치료 방법을 택할 것인가.

교수가 말했다.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말씀드렸다시피 어느 정도 다른 장기에도 전이가 되었어요. 이제 여러 옵션을 따져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으면 하는데 어떠세요?" 그는 지숙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지숙의 눈에 왈칵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대답했다. 그러다가 문득 그녀가 말했다. "혹시 오진은 아닐까요?" 지숙의 말을 들은 교수가 "저희도 오진이었으면 좋겠네요. 혈액검사와 세포검사를 통해서 림프종을 진단했고, 엑스레이 초음파 결과에서 종양이 보였습니다. 추가 검사를 하나 실험실에 맡겨 놓았는데 결과가 나오면 말씀드릴게요." 그는 지숙에게 검사결과지를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B세포종과 T세포종이 있는데, T세포종이 예후가 더 좋지 않아요. 하지만 루미 경우에는 이미 전이가 되어있어서 B세포종이던 T세포종이던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렇군요." 지숙이 힘없는 목소리로 자포자기한 듯 말했다. 지숙의 눈에서 또 눈물이 났다. "보호자님이 얼마나 힘드신지 이해합니다. 강아지가 아픈 것으로 보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도 이해하고요. 이 상황에서 눈물이 나는 것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우선 어떤 치료방법을 적용할지 같이 고민해주셨으면 해요." 교수가 말했다.





  교수는 한참 동안 항암치료에 대해서 설명했다. 사실 지숙은 정신이 없어서 모든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알 수 없었다. 교수는 항암치료로 완치를 기대하기보다는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고 증상을 줄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했고,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 정도 병원에 오면 된다고 했다. "루미의 삶의 질을 조금 높여 줄 수 있는 치료 방법이에요."라는 말을 듣자 지숙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두 번째 옵션도 있어요. 통증이나 염증반응을 완화해 주기 위해서 진통제나 소염제 등을 사용하면서, 루미의 상태를 지켜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종양을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통증 감소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방법이에요." 교수가 두 번째 치료 방법인 증상 완화 치료를 설명했다. 



  "어떤 방법이 더 좋을까요? 사람도 항암치료가 고통스러운데 이 작은 개가 견딜 수 있을까요?" 지숙이 겁에 질린 듯 말했다. 



  교수가 지숙을 보며 답했다. "사실 림프종 자체도 치료가 까다로운데 이미 전이가 되어있어서, 항암을 권하기 쉽지 않네요. 루미가 고령이라 치료를 잘 견뎌 줄지도 의문이고요. 구토나 설사, 식욕 부진 등의 부작용이 흔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가 있거든요. 저희 케이스 중에 항암을 하고 있는 림프종 강아지가 있긴 한데 그 친구는 나이가 어려서 항암을 권했는데요." 교수가 말을 흐렸다. 그가 설명하는 동안 뒤에 서있던 학생들이 노트에 무언가를 받아 적었다. 



  "휴." 지숙이 한숨 쉬더니 "혹시 오늘 결정해야 하나요?"라며 물었다. 



  "아니요. 시간을 좀 가지는 게 좋습니다. 림프종의 경우에 즉각적인 응급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옵션들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실 수 있어요. 또, 여러 가지 추가 정보들을 알아보실 수 있고요. 더구나 오늘 놀라셨을 텐데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시는 게 좋습니다." 교수는 지숙을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저희가 치료 옵션들에 대해서 정리를 해서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가족과도 상의해 보시고 감정적으로 준비를 좀 하신 뒤에 결정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현 선생님이 관련된 치료옵션들을 메일로 보낼 거예요. 읽어보시고 궁금한 내용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 지숙은 진행 절차에 대해서 메일로 보내주겠다는 말이 왠지 든든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오늘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왠지 안심되었다. 교수는 왠지 지숙이 걱정스러웠다. 지숙은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의지하던 강아지도 암진단을 받았다. 결정은 더욱 힘들터였다.



  "어떤 결정을 하시든지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게요. 아마 진단받기 전에도 통증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치료를 시작하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교수가 말했다. 그는 보호자가 자신이 혼자가 아니고 여러 옵션들을 같이 고민하며 안도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요. 고맙습니다." 지숙이 말했다. 진료실을 나선 그녀는 잠깐 루미를 안고 기다리다가 카운터에서 약과 강아지가 먹을 만한 캔을 받았다. 기존 사료에 캔을 섞어주면 된다는 직원의 설명을 들었다. 진료비와 약을 먹이는 방법도 카운터에 있는 직원이 설명해 주었다. 그러더니 문득 그녀는 지숙의 손을 잡고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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