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까지 사랑해

내 마음의 안식처

by 달민

정신과에 가는 건 나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정신과 기록이 남는다는 사실 자체가 싫었고, 나 역시 마음 한구석에 사회적 편견을 품고 있었다.
혹시 누군가가 나를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약해 보이는 내가 되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강한 척을 했다. 스스로를 믿기보다, 남들 앞에서는 의연해 보이고 싶었다.


의사는 차분히 물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뭐예요?”


나는 애써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딱히 큰 고민은 없어요. 근데 잠이 안 와요. 수면제 좀 주세요.”


속으로는 말할 수 없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마음이 부서져 있었지만,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내가 그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 않았고, 내 약한 모습을 들킬까 두려웠다.
그저 혼자서 불안과 싸우며,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은 채 버티고 있었다.


의사는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수면제에 의존하면 좋지 않아요. 우선 한 알 짜리 5일 치 처방해 줄게요. 몽롱할 수 있으니 운전은 피하세요.”


처방받은 5일을 다 복용했지만, 불안은 여전했다.
다시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약을 내주었다. 2알짜리 5일 치 — 그때는 정말 잠이 잘 왔다.
하지만 아침은 늘 몽롱했고, 약에 취한 듯한 무기력함이 몸을 감쌌다.
사소한 일들을 깜빡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기억이 끊겼다. 일상은 점점 어긋나는 듯했다.


나는 약을 끊기로 결심했다.
‘이건 나의 일상이 아니야.’ 스스로에게 말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붙들어 보았다. “잘 될 거야.”
옆에 있던 남자친구는 내가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도 데려가고,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는 늘 내 곁을 지켜주었다.


그와 그의 가족에게서 나는 따뜻함을 느꼈다.

어렸을 때 가족에게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나는, 그 온기가 큰 위로로 다가왔다.
내가 힘들 때 어머니는 정성껏 저녁을 준비해 주셨고, 내가 마음 놓고 쉴 수 있도록 모든 걸 챙겨주셨다.
아버지는 자신의 고민도 솔직하게 나누며, 내게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주셨다.
남자친구는 바쁜 와중에도 내 상태를 살피며, 작은 손길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진심으로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들이 내 마음의 안식처라는 것을.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나무처럼, 흔들리면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던 안도와 따뜻함이, 지금 내 손끝과 심장 깊이 스며들고 있었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여기는구나.’
그 생각이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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