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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Nov 05. 2017

키득거리며 위로받기

김정운-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지식인들이 다 함께 모여 기득권에 대항하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지난 다음엔 비록 과거처럼 격렬하게 대항하진 못했지만 갑에 횡포에 을끼리 모여 아쉬움을 토로하며 서로를 위로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집단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물론 그‘녀’들은 남자라는 생물학적 성 자체가 기득권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가 그들이 주장하는 기득권이라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하겠지만, 평생 스스로를 기득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로선 혼란스럽다. (심지어 객관적인 지표를 봐도 대부분의 20~30대 남자는 기득권이 아니다.)  


몇 주째 베스트셀러 도서에서 <82년생 김지영>이 자리하고 있고, 심심치 않게 페미니스트 자료들이 SNS와 커뮤니티에 등장하는 걸 보면 확실히 현재는 페미니스트가 사회적 화두이긴 하다.   


이런 구도는 참 편하다. 모든 걸 남자와 여자로 나누면 되니까. 누가 기득권인지, 그 사람의 삶이 어땠는지를 알아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런 식의 비교는 너무 단순하다. 그래서 여자들만큼이나 힘없는 남자들이 페미니스트 운동에 거부감을 갖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걸 원할 수도 있지만) 사상으로 편 가르고, 지역으로 편 가르고, 나이로 편 가르더니 이제는 성별로 편을 가르는 시대가 왔다. 

남자와 여자로 나누는 공식은 복잡해진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잣대로 어울리지 않는다. 랍스터를 해체해서 먹어야 하는데 나무젓가락이면 된다는 셈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김정운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가 지금 나왔다면 <82년생 김지영>만큼 많은 인기를 끌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교수를 그만두고 일본에서 일본화를 배우고 있는 김정운 교수의 이 책은 모든 남성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선 재미있다. 그의 철학인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 부합하는 책이다.   

제목부터 자극적인 이 책은 남자의 심리를 재미있는 글쓰기로 설명한다. 사실 남자의 심리뿐 아니라 사람의 심리까지 많이 녹아있어 남녀 구분하고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다. 

'봄에는 발정하는 수컷처럼 설레야 옳다.' '이건 국정원도 모른다, 독일 통일은 내가 시켰다!' '우리는 감탄하려고 산다.' 등 자극적인 제목이 주는 이야기는 남녀를 떠나서 동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의무와 책임만 있고 재미는 잃어버린 게 어디 남자만의 일이겠는가. 


김정운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나 집단이 많다는 것이다. 상식적이지 않은 이유는 내가 상식이 없어서다.


나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녀들은 남자들이 만든 사회에서 착취당하는 약자다. 그런데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어리고 젊은 남자들은 더더욱. 물론 그녀들보다 조금은 밤 길이 안전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똑같은 사람이라 똑같이 위험하고 똑같이 착취당한다.


소수의 여성들이 남자에 대한 분노를 똑같은 약자인 남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발산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물론 경험상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있더다.)


좀 더 건강하고 상식적 인연대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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