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한정혜의 모친이라고 하면서. 그 사람이 사체로 발견됐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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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방 법원 3호실에는 마지막 공판이 한창이었다. 재판은 최종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변호사는 최후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오늘로 지겨운 공판에 참여하는 것도 마지막이었다. 형사소송이 아니기에 항고는 없지만 항소까지는 나올수 있을지 모른다. 프랜차이즈 업체 의뢰 건을 어쨌든 끝낸다고 생각하니 속이 후련했다. <더 맛나> 기획실장은 자신들과 비슷한 상황을 당한 업체들이 많다는 말로 상황을 또 한 번 강조했다. 업체에 이익이 되는 것은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처럼 보였다. 유행하는 투 블럭 머리에 재질이 좋은 슈트를 입었지만 몸을 관리하지 않아 수트는 마치 칠부 바지를 입은 것처럼 느껴졌다. 굵은 뿔테 안경이 얼굴 전면을 가리고 있었지만 이지적이라는 느낌은 잘 들지 않았다. 그는 현민에게 몇 번이나 자료 수정을 요청했다. 구체적인 수치와 증거를 요청은 덤이었다. <더 맛나>의 변호사는 최후 변론을 했다.
― 프랜차이즈 업체 <더 맛나>와 가맹주 연합회 측은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관계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사의 제품비중을 줄이고 외부 제품을 조직적으로 대량구매하고 비밀리에 활용해 본사와의 계약관계를 위반했습니다. 더군다나 이들이 대량으로 구매한 제품들은 원물의 품질이 조악해 음식의 질을 떨어트려 본사에도 손해를 가져오게 됩니다. 따라서 재판장님의 현명한 판결을 요구합니다. 그는 서류를 주섬주섬 챙기고 변호사 자리에 앉아서 무표정한 표정으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가맹주 연합회 측의 변호사도 마찬가지로 최후 변론을 진행했다. 그는 짙은 감색 슈트 차림의 사선형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굵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 의뢰인은 힘들게 모은 재산으로 프랜차이즈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고 가계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업체가 처음에 약속한 것과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매출액도 물품공급 제품도 기대와 다르게 조악한 품질의 것이 많았습니다. 물론 처음 계약을 위반하고 부재료를 따로 구해서 사용한 것은 있습니다. 하지만 개선과 시정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이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품질은 점점 조악해져갔고 손님들의 만족도는 낮아졌습니다. 결국 점주들의 선택은 부족한 원재료를 더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로인해 본사의 매출이 낮아 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점주연합회에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업체는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 한다며 평균 단가 이상의 인테리어 개선 비용을 가맹점에 떠넘기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모든 상황이 종합적으로 고려 돼야 합니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쉽지 않은 문제였다. 판결이 나더라도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결국 항소로 이어질 것이다. 가맹점주들이 본사이외로부터 물품을 구매한 것은 계약위반이기는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으며 결국 재판부의 판결에서 이 사안은 가려지게 된 것이다. 판결 선고는 2주 뒤에 있을 예정이었다. 법정이 정리되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민은 복도로 나왔다. 휴대폰을 확인하며 정문으로 나가고 있는 동안 누군가 어께를 툭 쳤다.
― 어? 현민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 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를 불러 세운 것은 민소희 변호사였다.
― 아니 민 변호사님이 여기는 어떻게?
― 그건 제가 할 말인데요. 저는 법정이야 뭐 자주 오는 곳이지만. 박기자 님이야말로 어쩐 일이신지요.
― 그렇기는 하군요. 그는 웃음을 지었다. 오늘 의뢰받은 사건의 최종변론일이라 결론이 어떻게 날지 확인하러 왔죠.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 변호사님은 오늘 재판 있으신가 봅니다.
― 네. 저기서요. 민소희는 7호 법정을 가리켰다.
판사가 좀 까다로워요. 청소년사건이라 비공개 심리로 진행되는데 오늘 중요한 내용이 있어요. 이번일은 국선이라서. 학폭 피해 학생 건이에요. 뭐 가해와 피해가 겹쳐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요. 부작위에 의해 생긴 피해죠.
― 민변호사님 국선도 맡으세요? 현민은 놀란 듯 물었다. 부작위라니 그건 뭘 의미하는 겁니까?
― 조력을 못 받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은 제 신념이에요. 뭐, 변호사가 되려고 한 것도 그것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거창하죠? 그녀는 슬쩍 웃었다.
― 음. 제대로 된 역할을 했으면 발생하지 않을 일이었죠. 그런데 다들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자기들 자리만 지키려 하니까 상황은 악화 되는 거죠.
― 민변호사님 거창하긴요. 이런 건 멋있다고 하는 겁니다. 제대로 된 변호사도 손꼽는 판에.
― 박기자님이 그렇게 얘기해 주시니 황송하네요. 민소희는 두꺼운 파일서류 몇 개를 들고 두꺼운 안경을 머리에 걸치고 있었다. 지난번과 비슷한 회색의 정장 차림이었다. 현민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옮기려는 순간에 민소희가 그를 불렀다.
― 참. 한정혜 조사 건은 끝나가는 건가요? 갑작스레 최영은 사건과 맞물려 당황스럽겠지만 사건이 또 생기지는 않았나요?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현민을 쳐다보았다. 점점 사람들을 홀리는 스토리가 만들어질 것 같은 예감이라서요.
― 혹시 이미현이라고 아세요? 최영은과 오래전 여러 사건으로 학폭위까지 열려서 전학 갔다고 하던데. 지금은 다문화센터 공무원인데 얼마전에 만났습니다. 같은 반이었나요?
― 아...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아요. 그 사건은 기억나요. 그 일을 잘 극복해서 다행이네요. 그럼 전 이만 가봐야 해서. 민소희는 급하게 말을 마무리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현민은 민소희가 걷는 도중에 말을 꺼냈다
― 아....... 지난번 한잔 사셨으니 제가 한번 기회가 있어야 할 듯 한데요.
― 하하.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연락한번 주세요. 마다하지는 않겠습니다. 다음날 오전 일정이나 특별한 일 없으면 전 언제는 콜이에요.
― 그럼 연락드리겠습니다. 민소희는 파일을 들고 뒤돌아 자신 있게 손을 흔들며 또각 또각소리를 내며 공판실로 향하고 있었다. 현민은 법원 정문을 걸어 나왔다. 시원하기도 하고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항소가 진행되면 법정공방은 또다시 이어질 것이다. 이익을 둘러싼 갈등과 조정. 판결이 나오더라도 양측 모두가 만족할만한 판결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일을 할 뿐일 것이다. 변호사든 판사든 간에 말이다. 법정 앞 육중한 거대한 철문을 바라보았다. 현민은 부작위라는 말을 떠올렸다. 자신이 맡은 소년범에 대한 증인 심문일터다. 그녀의 말의 뉘앙스를 떠올렸다. 이미현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했다.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민이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에 전화가 걸려왔다. 법원의 정문을 막 빠져나가는 타이밍이었다
― 박현민 기자님?
― 누구신지? 아. 얼마 전에 만났던 형주서에 정주현입니다.
― 아 네. 현민은 낮은 톤으로 대답했다. 달갑지 않은 전화를 받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참고인조사 때문에 연락드린 것 아닙니다. 너무 그렇게 불편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주현은 정중하게 말했다. 뭔가 부탁할 것이 있다는 투였다.
― 반장님께는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이미현씨를 만나셨다고요. 대충 얘기는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 네. 다시 형주로 와달라고 요청 드리기는 힘들다는 것 압니다. 전화로는 얘기가 길어질 것 같고 이미현씨 모친은 경찰에 대한 불신이 크더군요. 해줄 얘기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미현씨가 박현민 기자님을 만났을 거라고 하더군요. 자신은 말려도 미현이는 사건을 공론화 시켜야 할 것 이라고 생각한다고. 현민은 잠시 정주현의 의도를 생각했다.
― 경찰이라면 충분히 다른 방향으로도 사건을 조사할 수 있을 텐데요. 이미현의 진술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현민도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얼마 전 받은 의문의 사진이 가진 의미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공권력을 동원하면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고 정보도 얻는다.
― 좋습니다. 여기까지 오실 필요는 없고 제가 형주로 내려가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현민의 얘기를 들은 정주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 반장님과 함께 같이 이야기를 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현민은 이틀 후 형주로 향했다. 정주현은 굳이 경찰서로 올 필요는 없다고 한적한 장소에서 만남을 제안했다. 톨게이트를 지나 선녀바위 근처의 바닷가 카페를 약속장소로 잡았다. 풍광은 좋았다. 작은 동산을 깎아 만들어 지대가 높아 탁 트인 전망 앞으로 바다와 바위가 한눈에 눈에 들어왔다. 그 바위가 선녀바위라고 했다. 멀리 소나무 방풍림이 해변을 둘러쌓고 있었다. 병사들이 여왕을 수호하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평일 오후 카페 안은 한산했다. 오른쪽 가장자리에 여행을 온 듯 한 커플이 커피와 케이크를 시켜놓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연녹색 원피스를 입고 테라스근처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민은 이들과 좀 떨어져 반대편에 있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기다리자 정주현과 중년의 히끗한 머리를 한 남자가 카페 2층으로 올라왔다. 그는 현민을 보고 눈짓으로 인사를 하고 자리로 향했다.
― 어려운 걸음 하셨습니다.
김선호가 정중하게 말을 꺼냈다. 박현민은 김선호의 명함을 받았다. 둘이 묘하게 닮아 있다고 박현민은 생각했다. 김선호는 얼굴이 좀 긴 편이었다. 어두운 표정에 근심이 살짝 얹혀 있어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느낌을 주었다. 김선호는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하는지 살짝 고심하는 눈치였다.
― 사건 해결이 쉽지 않은가 봅니다. 한정혜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 사건에 뭔가 여러 가지가 얽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뵙자고 한 이유는...... 일단 이미현씨와 관련해서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정주현이 말을 꺼냈다.
― 이미현씨는 이 사건이 공론화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였습니다. 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죠. 학교 선생들도 제 역할을 하지 않았더군요. 저를 만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것도 그 이유입니다. 이미현이 직접적으로 최영은 사망과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다른 방향으로 충분히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현민이 말을 마치자 옆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김선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 그렇기는 합니다. 저는 형주 강력반으로 10년 만에 다시 이곳으로 왔습니다. 오래전 형주서 형사계에서 제가 맡은 사건이 바로 한정혜 사건이었죠.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건은 자살로 종결처리 됐죠. 형사생활을 하다보면 꼭 잊지 못하는 사건이 있어요.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하는데 못 잡아서 한으로 남는 것이죠. 어찌된 인연인지 최영은 살해 사건을 맡게 됐고 한정혜 사건과 뭔가 엮여 있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확인을 해봐야겠죠. 현민은 그의 표정을 살폈다.
― 아는 변호사 한명이 말해주더군요. 부작위에 의해 여러 사람들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게 된다고. 이미현도 비슷한 얘기를 하더군요. 최영은 사망은 한정혜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미현은 최영은이 여러 사람을 괴롭혔다고 하더군요. 만약 그때 학폭위나 경찰이 제대로 사건을 처리했다고 한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르죠.
―음..
김선호는 생각에 잠긴 듯 커피 잔에 초점을 맞추고 미간에 힘을 주며 깍지로 손을 껴 입 주위에 가져다 대었다. 맞습니다. 그 지적은.
― 지난주에 우편물을 한통 받았습니다. 발신자는 없었습니다. 현민이 말을 꺼냈다.
― 메일로 스캔해서 보낼 수도 있었던 것을 굳이 보낸 이유는 아마도 진위에 대한 의심을 없애고자 하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이 사진을 좀 보세요. 한정혜가 죽기 전 있었던 모임 사진 같습니다. 현민은 사진을 꺼내 놓았다. 김선호는 사진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 사건의 진상부터 밝혀졌으면 합니다. 공론화는 현재로서는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저도 한때 경찰이었습니다. 정보원 보호는 생명과도 같습니다. 정주시에서 발견된 변사체도 형주고 출신 아니었습니까? 방모씨라는 기사가 있던데. 방준호라고 특정할 수 있겠죠. 최은영과 한정혜와 알고 있는 사이었을 가능성이 있고요. 최영은과 같이 학폭을 저지른 인원 중 한명일수도 있겠네요. 관할서 수사팀이 신원을 파악했지만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았겠죠. 용의자가 확정됐고 범인이 잡혔다면 이번사건과는 별 개였을 텐데. 그렇지 않다면 그게 모두 엮여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현민은 둘의 표정을 살폈다. 둘은 긍정도 부정도하지 않았다. 김선호는 박현민이 가져온 잘린 사진 속 인물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 제 의식이 이아이의 사건을 놓지 않아서 인지. 어떤 여자아이가 여러 번 나왔죠.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몸은 없고 머리만 있더군요. 마치 심해에 사는 동물과 대화를 하는 그런 꿈 이였죠.
― 제가 모르는 피해자가 있습니까? 사건은 연쇄살인이고 살해된 피해자들은 모두 과거의 어떤 일 때문에 살해된 것으로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뭔가 이상한 사건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오래된 사건을 재 조사해달라는 단순한 의뢰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할수록 숨겨진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김선호가 잠깐의 침묵 끝에 말을 꺼냈다.
―신효선이라고 하는 여자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죽은 지 몇 주가 된 이후 자신의 집 마당의 테이블에서 쓰러져 숨져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연락이 되지 않아 지인이 집에 방문했답니다. 마당의 테이블에 맥주가 놓여 있고 쓰러져 있었다고 하네요. 부패가 이미 진행된 상태였고요. 무속인이었습니다. 다른 가족은 없고 딸이 한명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한정혜 입니다. 오래전 한정혜 사망사건을 담당했죠. 김선호는 잠시 창밖을 보고 말을 계속했다.
― 처음 사체가 발견 된 일주일 전 지병으로 인한 자연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며칠 전 부검결과가 나왔고청산가리에 의한 사망으로 판명됐습니다. 독살된거죠수사가 진행중입니다. 이후 정주시 봉산에서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그 사람은 방준호였습니다. 전남 지역의 유명한 조폭이죠. 그 사건은 조직 간 다툼으로 수사가 진행 중일 겁니다. 방준호도. 최영은과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던 적이 있었죠. 한정혜 사망사건이 있기 전날 모임에 참여한 인물입니다.
― 그렇군요. 그 사건들 다 연결지점이 있었군요.
― 잠깐? 누구요? 신효선이요? 박현민은 잠시 멈칫하더니 중얼거렸다.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이 스쳤다.
― 확실합니까? 한정혜의 모친인 신효선? 2주전쯤 사망했다고요?
― 왜요 아는 사람입니까? 김선호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 신효선은 한정혜의 모친 아닙니까? 저에게 사건을 의뢰 했습니다. 자신이 한정혜의 모친이라고 하면서. 그 사람이 사체로 발견됐다고요?
― 상황을 잠시 정리해 봅시다. 그게 언제입니까? 그의 표정을 보고 김선호가 말을 꺼냈다.
― 박현민씨는 신효선이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2주 전10년도 넘은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의뢰받았고. 최영은부터 만나라고 했다는 것이죠? 이후 며칠 뒤 최영은이 살해된 것이다. 으흠. 이후 민소희를 만났다? 그럼 신효선이 죽은 뒤에 사건을 의뢰했다는 말인가요? 박현민기자 한테 사건을 의뢰한 사람은 그럼 신효선이 아니군요. 누군가 신효선을 사칭했군요.
― 아. 그래서 전화가 안 되는 것인가? 박현민이 중얼거렸다.
정주현은 민소희 변호사의 연락처를 받아 적었다. 그는현민이 받았다고 하는 사진 두 장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했다. 최영은은 웃으며 엄지로 자신의 가슴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정혜와 다른 사람들의 옆모습이 보였다. 옆모습에서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듯 보였다. 걱정거리 없는 평온하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이후 있을 사건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