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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알프레도 순두부 샐러드

보기엔 그래도 럭셔리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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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김치를 다 먹을 땐 뭔가 경건하게 오마주를 표하고 싶은 마음이 된다. 배추꼬다리 남은 것과 김치통 밑에 깔린 국물, 누군가는 쉽게 개수대에 던져버릴 수 있겠지만 나는 이런 맛있는 김치에 대해서는 뭔가 경의를 표하는 요리를 하고싶어 진다.


경의를 표하고 싶은 요리래봤자 김치찌개 정도였는데 오늘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쌓인 많은 재료들도 있으니 조금 다르게 가보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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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산콩 두부를 얇게 썰어서 물기를 되도록 잘 뺀다. 그리곤 크루통 같이 바삭하게 익힌다. 사실 속까지 익히려면 너무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가서 대략 겉만 바삭하게 익혔다. 표면만 튀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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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루를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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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은 루에 비로소 김치국물을 붓고 다시 끓인다. 이렇게 해서 감칠맛 덩어리 김치국물이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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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꽤나 오래 묵은 생강청. 다른 잡내를 잡아주는 생강의 효능은 있지만 맵싸한 맛은 순화되서, 이 생강청의 알갱이는 씹어도 거부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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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라급이 막 쓰는 오일은 아니지. 이것도 나름의 오마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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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요리 만들고 남은 생크림. 생크림은 변질이 빠른 편이고 가격도 비싸서 어떻게든 알차게 써먹고야 말아야 한다. 오늘은 김치 알프레도 소스 같은 것을 만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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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크림까지 투하하면 이제 대략 완성. 소스가 제법 흥건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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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라기보단 어쨌든 충동적으로 냉동실의 샤브샤브 고기도 투하.

원래 고기도 잘 안 먹고 수입산 고기는 더 잘 안 먹는 편인데, 이 샤브샤브 고기는 하도 싸게 나와서 안 지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역시 사두고도 잘 먹지를 않아서 반 정도가 냉동고에서 화석화 되어가고 있었는데 이참에 처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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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 그만두는 덕에 남은 우리콩 초당순두부도 털자.

물기를 잘 빼고 팬에서도 한 번 물기를 날린다. 그래봤자 질척거리는 것은 없어지지 않지만.

요기에 아까의 김치알프레도?!#@ 소스를 부어주면 김치알프레도순두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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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을 채소에 얹으면 김치알프래도순두부샐러드가 되는 것이지.


순두부 샐러드는 나에겐 어딘가 맺힌 것이 있는 요리. 맛있는 김치의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하고는, 그렇다고 맺힌 것이 풀린 것도 아닌 것 같다. 묵은 김치의 날카로운 신맛과 알프래도의 지방질 풍부한 감칠맛에 쇠고기 등심까지 들어가서 내 입맛엔 제법 맛이 괜찮은데, 아마 서양사람들 입맛엔 좀 시고 맵고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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