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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통영식 박나물)

보들보들하고 안온한 맛


박으로 청 담그고 난 후에 또 남은 박. 이 박청으로 담근 술(서핑 구드)이 대호평이라 올해는 호기롭게 대량으로 담글 것 같이 그랬지만 역시 난 손 큰 성격이 아니다. 두 개의 박을 담그고 나니 이것도 언제 다 쓰나 싶고. 게다가 올해는 나물용 기룸한 박고지로도 한 번 청을 담궈봤으니 진짜 내년 여름까지 버틸 양이 나온 것 같다. 작년에도 두 개 분량 담근 청이 사실 많이 부족했던 건 아니다. 그나저나 나물용 박고지의 향은 기대하던 것과 달라서 앞으론 그냥 나물용으로나 먹기로...



언젠가도 했던 통영식 박요리다. 홍합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


https://brunch.co.kr/@alteractive/118


조금 변화가 있다면 김명수 명인 멸치액젓과 고오급 참기름을 사용한 것.

지난번에도 장류는 좋은 것을 썼었겠지만도.


국물은 생선뼈 끓여둔 것이 있다.



 생선육수는 자작할 정도로만 쓰는 정도다. 박은 별로히 물 붇지 않아도 국물이 제법 우러나온다.통영식 박'나물' 요리라지만 해놓고 보면 국같이 된다.

참기름으로 홍합 볶아주다가 박 넣고 적당히 익을 때까지 중불에 익힌다. 멸치액젖으로 간을 맞추고 약간의 마늘을 넣는 것은 취향의 문제.



튀거나 날이 선 맛이 없다. 참기름이 부드럽게 이멀젼을 만든데다가 박도 스윽하고 베어지는 식감. 그나마 익힌 홍합 씹는 식감이 거세다고 할 정도의 부드러운 음식이다. 밥을 말아, 혹은 비벼 먹어도 좋고 여기에 적당히 신김치 같은 것 올려서 벼슬을 세워서 먹어도 좋다. 박향은 쌉쌀하니 조금은 까끌하다고 느낄지 몰라도 이것이 은은하게 부드럽고 따뜻한 국물에 올라타면 꼭 옛날 화과자 싸던 종이나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박청을 담근 부산물 요리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해먹고 보니 박요리가 다시 메인으로 돌아온 느낌. 박은 냉동해놓고 또 해먹어도 되긴 하는데 물론 그럴 경우는 식감이 무너지기 쉽고 박 특유의 쌉쌀한 향긋함도 없어진다. 그 경계를 지키는 것이 어렵지는 않아도 또 무심하면 넘고야 마는 선. 신선한 박의 계절이 가버렸으니 섭섭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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