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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김치(사우어크라우트) 만들기

만들긴 쉬운데 보관이 어렵네


사우어크라우트, 독일에 가면 과자 조금 보태서 우리나라 김치 만큼이나 흔하더라. 독일은 빵보다 감자, 샐러드보다 사우어크라우트라는 느낌. 독일에 오래 머물지 않아 말하긴 어렵지만 며칠 동안 크게 인상에 남는 것을 먹어본 기억은 없다.


양배추는 돈까스집 같이 대량소비할 방법이 없다면 좀 곤란한 면이 있다. 갈변이 빠르고 곰팡이도 잘 피는 편이라서 반 통만 사도 소화하려면 꽤나 골머리를 앓는다. 이게 또 칼질이라도 하면 부피는 얼마나 늘어나는지...


오늘의 사우어크라우트는 그런 고민이 반영된 냉장고를 부탁해 시리즈.



손질할 때 우선 뿌리쪽 심을 잘라내고(필수는 아님) 겉 껍질을 따로 분리해둔다. 쓸 데가 있으니까.



그리곤 양배추를 적당히 잘라서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소금에 절인다. 소금의 양은 취향의 문제가 큰데 대략 양배추 양의 3~4%, 혹은 나중에 추가할 물 양의 2.5~3% 정도를 잡으면 되겠다. 젖산균(LAB)은 소금이 많아도 제법 활동을 잘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짠 것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염도가 너무 낮으면 온갖 잡균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양배추의 조직을 부스러뜨려가면서 주물러 절이다보면 제법 물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론 택도 없다.


반드시 양배추가 전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염도를 충분히 확보해둔다. 젖산균으로 양배추의 당분을 발효시키는 게 핵심인데 젖산균의 활동온도는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저온에 둔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좀 시간이 걸릴 뿐이다. 1월의 얼터렉티브살롱 주방에다가 방치해 두었지만 며칠 지나니 제법 신맛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방이 어느 정도 온기가 있고 특히 요리를 할 때는 제법 올라가지만 퇴근한 밤에는 영하나 겨우 면한 정도.



젖산발효를 하면 그 산이 많은 미생물과 균들을 퇴치해주긴 하지만 식초 같이 높은 산도는 아닌 것.

그래서 소금물 속에 푹 담그고 그 위를 이렇게 양배추 겉껍질로 밀봉을 해야 한다. 조그만 공기접촉으로도 공팡이가 피기 쉬운 것이 양배추김치의 특징.



사실 이건 거의 네츄럴와인 만들듯이 일부러 고집으로 소금물만 넣고 자연발효 해준 것이고, 실은 식초를 조금 추가해서 산도를 빨리 높여도 되고 향신료를 통해서 미생물 발육도 억제하고 향도 입히는 버젼도 있고. 한국의 김치가 그렇듯이 이것도 변주가 무한한 세계다.


엄청 맛난 사우어크라우트가 나오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젖산의 새큰함이 나쁘진 않다. 내 취향으론 생 양배추보단 이렇게 절인 것이 더 많이 먹힌다.


하지만 겉의 양배추 뚜껑이 살짝 열린 틈으로 곰팡이는 빨리도 침입해서 공기에 노출된 부분에 뿌리를 내린다. 겉껍질도 거뭇한 균류가 자라기 시작하고. 날이 더워질수록 이런 현상은 더 빨리, 자주 생길 것이다.


발효를 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자신 없으면 요거트나 김치국물 같은 젖산균이 풍부한 스타터를 살짝만 부어주는 것도 좋겠다. 다음번에 하면 발효보다도 보존에 신경을 쓰고 해봐야겠다. 신경 쓴다는 건 아마도 적절한 밀폐용기 사용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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