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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균형 좋고 구수한 쇠머리지장  (조생종 메벼)

<제공: 우보농장 이예호>

이번 쌀은 쇠머리지장이다.

  


가정용이나마 도정기가 생겨서 이제부터는 농장에서 현미를 받아 쓰기로 했다. 갓도정이 god도정. 도정은 껍질을 벗기는 것이고, 껍질을 벗긴 후에는 산화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힘들다. 



농가에서 소란 친한 것. 소와 관련된 이름이 붙은 벼가 제법 된다.


농가에서 소란 귀한 것. 소와 관련된 이름이 붙은 쌀은 어딘가 농부들에게 기껍고 귀한 특징을 가졌을 것이라 짐작해본다면, 이 쌀은 토종벼로는 다수확성이기도 하고 까락이 있어 조류피해 적고 대가 단단해서 잘 넘어지지도 않는 특성들이 소같이 맏음직하지 않았을까.


앞에서 소개한 쇠머리벼와는 다른 쌀인데 여러모로 특징은 비슷한 편이다. 


  https://brunch.co.kr/@alteractive/361




이것이 우보농장에서 받은 현미 상태다. 은은히 황토빛이 도는 것도 이름값을 하는 것 같고 쌀알이 제법 튼실한 편인 것도 소의 이미지와 맞는다.



쌀은 3분도 도정을 해보았다. 일반 가정에서 먹는 쌀은 거의 9분도 이상이다. 3분도면 백미보단 현미에 가까운 쌀이라고 해도 좋겠다. 도정기가 생기고부터는 여러가지로 도정해서 다양하게 실험해보는 재미가 생겼고, 아는 것이 많아지면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난번에 이야기한 향의 주제도, 알게 되어 좋지만 글을 쓰자면 더 복잡하고 공부할 게 늘어난다.




3분도면 쌀눈은 거의 100퍼센트 다 살아있다. 5분도 정도만 되도 쌀눈이 살아있는 편이라 8~9분도, 혹은 12분도까지 도정을 하는 것은 왜일까 싶은데, 실은 현미의 호분층이나 쌀눈은 변질이 빨라서 상온보관으로 유통을 하자면 용납할 수가 없다.  식품의 상태는 맛도, 영양도, 생산자의 이익도 아니고 오로지 유통업자의 편의를 위해서 결정 되는 문명. 이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문명이다.


밥은 조금 거칠하지만 구수한 향이 느껴지고 씹는 맛이 일품이다. 쌀눈은 쉽게 분리되는데 그 작은 알갱이가 입안에 돌아다니는 느낌도 재미있다. 3분도로 도정한 보람이 있다. 3분도나 현미는 현실적으로 소화가 어려운 사람들도 있고 입에 안 맞는다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기는 하지만. 


쌀의 식감 좋고 구수한 맛과 향이 잘 나타난 오늘의 밥짓기는 85점.


그 후로 5분도, 7분도로도 도정해서 먹었는데 전반적으로 도정정도가 높아질수록 색은 옅어져서 일반 백미와 거의 차이가 없고 밥맛도 부드러워진다. 특별히 소화가 약하다거나 하지 않으면 5~6분도 정도면 먹는 데 지장은 없을 것 같고, 7분도 이상의 정미로는 특성이 좀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 


참고로 우보농장의 쌀들은 거의 5~6분도 도정으로 나온다(백미 기준).


얼터렉티브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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