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는 어려운 면이 있어
사진: 우보농장 이예호
보리벼는 요즘 나왔으면 핑크뮬리벼 같은 이름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까락의 핑크빛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재배지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토종벼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재배지 중에는 전남 나주, 경기 용인, 평남 안주 등 벼농사로 유명한 평야지대도 많다. 핑크빛 외관 이상의 어떤 장점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보통 이런 장점중에서 수확량이 중요할 것 같은데 현대의 여러 농업시험의 결과로는 특출난 다수성이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렇다면 병충해 저항성이 강해서 적응성이 좋은 벼인 것으로 보인다.
그 외의 특징이라면 심백이 적은 편이고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편이라는 것.
이번에 받은 보리벼는 현미 상태. 쌀의 상태가 훌륭하진 않다. 심백이 적은 특징이 육안으로도 확인 된다.
현미이기도 하고 보리벼라니 좀 단단한 쌀일 것 같아서 물은 적당히 주고 압력솥에 짓는다.
현미밥은 어느 정도 촉촉히 물기가 있는 상태.그렇다고 진밥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사실 압력솥에 지은 밥은 뜨거운 김이 좀 나갈 때가 되면 이 톡톡한 외관도 안정화가 된다. 감안하면 나름 현미밥의 정석으로 나왔다.
보리벼라니 맛에서 보리의 느낌을 찾아보게도 된다. 사실 보리도 여러 종이고 맛이 다 다르겠지만 보리의 느낌이라야 막연히 고소함 정도 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빈약한 경험치.
현미벼임을 감안하면 특별히 고소하거나 보리의 느낌을 떠올리게 되지도 않는다. 밥알이 좀 기름한가 싶은 것이 특징이고 맛이나 향에서 특별히 이거다 하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씹는 맛은 좋은데 이건 현미밥 싫다는 사람은 꼭 그렇지도 않은 듯.
현미의 경우 밥으로 지었을 때 쌀의 특징이 오히려 덜 나타나는 것 같다. 단단한 호분층이 모든 특징을 숨겨두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현미밥을 먹을 땐 하루 지난 밥에서 더 특징이 찾아지는 경우도 있다. 이날은 400그람의 쌀로 밥을 지어서 다음날이 없었던 경우다.
밥짓기든 커피내리기든 똑같은 것이 나오는 경우는 한 번도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표준이라는 것을 잡기 위해선 역시 백미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느낀다. 그래도 현미밥 짓기를 그만두거나 할 것도 아니고, 매번의 밥짓기에서는 각기 다른 가르침이 얻어진다.
사진: 우보농장 이예호
가을날에 보리벼를 심은 논은 화려한 핑크빛이 물결칠 것이다. 핑크뮬리는 외래종으로 우리나라 생태계를 위협하는 위해종 논란도 있는데 애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식물자원 중에서 찾아볼 생각을 안 한 것이 이상하다. 아니, 이상하진 않다.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그저 쉽게 사다쓰고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이 이 문명의 수준이니까.
다양한 토종식물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도 우리 환경에 잘 적응했고, 식량으로만이 아니라 다양한 역할이 있다는 것에 눈떠가는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