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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영 May 22. 2017

좋은 질문을 해야 좋은 답을 얻는다

서촌 통의동 골목길 까페에서 얻은 좋은 질문들

'까페 에세이' (7)


솔직히 3,4년 전만 해도 내가 자영업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우연히 서촌의 작은 골목길에서 까페와 와인바를 겸하는 공간 하나를 만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소위 '자영업 몰락의 시대'라 불리는 시대를 통과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국세청 자료를 찾아봤다. 말로만 듣던 자영업의 몰락이 끔찍할 정도다. 평균 잡아서 하루 3,000명이 가게 문을 열고, 같은 날 2,000명이 가게 문을 닫는다. 고작 생존율이 30.8%에 불과하다. 자영업자가 전체 직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보다 2배나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자영업자의 폐업 수치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문제는 답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매출은 줄어들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임대료는 상승하는 모순, 게다가 은퇴자가 늘면서 마땅한 재취업 자리를 얻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다시 자영업 시장으로 몰리면서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솔직히 정부나 기업에 이런 문제의 해결책을 기대한다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각자 자신의 길을 찾고, 자신의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런 점에서 서촌 통의동 인적도 드문 골목길에서 3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 나의 경험은 조금이라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장사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2년을 버티면, 가게는 살아남는다. 3년을 버티면, 그제부터는 가게는 이익을 남기는 단계로 접어든다.'


꼭 이런 말이 아니더라도 나의 경우에는 특정한 목적을 갖고 서촌에 들어왔다. 문화와 예술을 공유하고 내 오랜 꿈이기도 했던 글쓰기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와인을 서빙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다. 서촌 통의동에서 3권의 책을 냈으니, 그 정도면 나름 괜찮은 성적이다. 물론 수익만으로 보자면 성공적인 가게 운영은 분명 아니다. 아직도 매달 월세에다 운영비를 대느라 매달 말이면 고민이 한둘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달 30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29일을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근거도 어쩌면 바로 그 '29일간의 행복'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자영업 몰락의 시대에서 이 총체적 난국을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누구나 문제는 있고, 고민도 많고, 해결의 의지도 크다. 다큐멘터리 PD를 하다 까페, 와인바 사장 3년의 경험으로 말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질문만이 좋은 답으로 이끈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나의 3년은 끊임없는 질문의 시간들이었다. 어떻게 남들과 다르게, 사람도 다니지 않는 이 외딴 골목길에서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 그것이 나의 '대(大)질문'이었다면, '소(小)질문' 역시 존재했다. 때로는 질문과 의심을 아주 잘게 쪼게 보면 뭔가 안 보이던 것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구체적인 질문과 의심들을 계속하면서 나의 경우에도 해결의 실마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결의 실마리들을 따라서 길을 찾았다. 가게 운영에 전반적인 변화가 시작됐고, 그 결과가 조금씩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그 결과를 통해서 다섯 가지 자영업 생존의 방법을 발견했다. 물론 이 다섯 가지가 성공으로 이끄는 왕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이 다섯 가지에는 분명한 근거 있다.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부대끼면서 얻은 경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다섯 가지 방법을 통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길을 찾아 나설 생각이다.


1) 남들이 하지 않는 곳에서 자기만의 개성을 발휘한다
2) 콘텐츠가 있는 공간에 사람이 몰린다
3) 손님이 왕이 아니라, 당신이 왕이다
4) 일본 노포의 비밀은 자기 집에서 가게를 차렸다는 것이다
5) 이젠 자영업도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가끔 우리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우리 가게가 생각보다 작다는 것에 놀란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봤다. 재즈에서부터 플라멩코, 훌라 공연이 펼쳐지고 중정 마당에서는 사진전이 열리는 공간. 사람들은 그렇게 공간을 자신의 상상 속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뭔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거란 호기심이 든다. 나의 경우에 이것은 우리 가게의 정체성과 생존의 비밀이 연결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공간의 창출을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나는 철저히 즐겼다. 재즈도, 플라멩코, 훌라도, 사진전과 아마추어들의 그림 전시회도 그렇게 철저하게 즐겼다. 수익을 목적으로 했다면, 아마도 뭔가 삐그덕거리고 잡음도 일어났을 것이다. 그보다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한 명이 오든 두 명이 오든 나는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사와 이벤트를 가장 재밌게 즐기는 자가 되고 싶었다.


때로는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손님과도 맞섰다. 간, 쓸개 다 빼줘야 장사에 성공한다고들 하는데... 글쎄? 나의 경우에는 정반대로 갔다. 왜냐고? 글쎄? 그냥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남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것이지 않았을까.


아무튼... 사실 어제는 진짜 모처럼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내가 아끼는 후배의 가게를 갔다. 1년 전에 오픈을 했는데, 간다 간다 하면서 이제야 가본 것이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러면서도 1년 전 가게를 열 때 이것저것 같이 고민했던 것들도 떠오르고 해서 가는 길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한때는 이곳이 전국 5대 상권에 들 정도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예전에는 오토바이가 다닐 수 없었어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요. 술 취한 사람들이 어깨 부딪쳐서 싸움판이 벌어지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이래요......."


테이블 서빙을 하면서 그가 하는 말을 묵묵히 들었다. 창밖으로 소리소리 고함을 지르는 젊은이들 몇몇이 지나갔다. 그의 말대로 내 기억 속에도 참 번화했던 상가 골목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적만이 고요하다. 사람이 사라지는 골목길은 밤이 되면 더욱 쓸쓸하기만 하다. 마음이 착잡했다. 말로는 '참 잘했다'라 말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11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쉰 적이 없어요. 아직 아이가 어려서 애 보느라 좀 늦은 적은 있었지만......"


아....... 이것이 다섯 짜리 아이를 둔 아빠의 현실이다. 가게의 현실이다. 마음이 아팠다. 나 역시 가게를 하면서 남들한테 다 말 못 하는 것들이 있다. 일요일에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쉽지 않아서 때로는 혼자서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볼 때가 있다. 달을 보면 아이들이 얼굴이 떠오르는 이유는 뭔지...... 아무튼 그렇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왜 그랬니, 이런 질문들 따위는 그냥 조용히 덮자. 대신 좋은 질문, 즐거운 질문, 행복한 질문들 던지자. 언어에는 지향성이라는 게 있어서 말하는 데로 이뤄진다. 생각의 방향 바꾸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단단히 채비를 하자. 어차피 이것도 우리가 걸어가는 인생의 한 여정이라 생각하자. 그렇게 가다 보면 좋은 벗들도 있고, 뻐근한 다리를 쉴 수 있는 나무 그늘도 나오겠지.


나는 혼자서 상상해 본다. 그가 내일은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웃고 뛰어노는 행복한 순간을. 누가 이 서른 살 청년의 삶에서 그런 소중한 하루를 빼앗았는가. 내일은 그가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모든 걱정 털어버리고 하루 푹 쉬는 그런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날이 오면...


글: 김덕영 (다큐멘터리 PD, 작가)






작가는 서촌 통의동에 있는 작업실 겸 까페, 와인 바(김PD의 통의동 스토리)에서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창작 활동에 전념하면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은 음악회와 강연회,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인문학 아카데미까지 일상의 작고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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