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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Sep 13. 2021

저는 명품백 대신 아파트를 샀습니다.

명품백에 대한 단상

제 나이 마흔다섯. 저는 요즘 그 흔하디 흔하다는(?) 명품백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명품백에 대한 특별한 선입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필요와 만족을 위해 명품백을 사는 것에 당연히 오픈 마인드입니다.^^) 단지 전 그것에 대한 소유욕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오면서 가끔씩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명품백 하나 사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최근 명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어떤 작가님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작가님이 생각하는 명품에 대한 이상적인 방향은, '내가 굳이 명품을 들지 않아도 내가 입은 옷이, 내가 든 가방이 나의 가치로 인해 명품처럼 보이는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말이 쉽지 내가 입고 든 것들이 나의 가치로 인해 명품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은 명품백 몇 개 사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 또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소신과 돈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만 있다면.




다른 부모님들의 삶도 그러하셨겠지만 우리 부모님도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그런 부모님을 보며 자라서 일찍부터 경제관념이 뚜렷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선저축 후지출'이라는 기본에 충실했고,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돈이라는 것은 어떻게, 얼마나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잘 쓰고 모으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항상 가슴에 새겨두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아끼고 저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낄 땐 아끼고 쓸 땐 쓰자!'에 중점과 가치를 두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 돈 모으는 재미(?)를 일찍부터 느꼈습니다.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고, 그렇게 아끼고 모은 돈으로 가족들이나 친한 지인들에게 작은 선물을 할 때 즐거움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돈 모으는 즐거움과 돈 쓰는 즐거움을 모두 느끼다 보니 재테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계속 통장에 잔고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서른일곱 다소 늦은 나이에 결혼하긴 했지만, 늦은 나이만큼 통장의 잔고도 여유로운 편이었습니다. 결혼 전 친정 오빠가 알려줘서 경기도 신도시 아파트에 청약 신청을 했고, 운 좋게 당첨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남편과 교제한 지 3~4개월 정도였던 시기였습니다. 사실 친정 오빠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나이가 들도록 결혼을 하지 않으니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래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도 집은 있어야 한다고 그전부터 부동산 정보를 많이 알려 주었습니다.(경기도 광교, 판교 청약할 때부터..)


벌써 9년 전의 일이지만, 그 당시 제가 저축했던 돈(퇴직금 포함)은 아파트값에서 대략 천만 원 정도 모자란 금액이었습니다. 부모님 도움 하나 없이 혼자 힘으로 수억 원의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부모님도 무척 대견해 하셔서 더욱..)

< 결혼 전 명품백 대신 아파트를 샀습니다 >


그 덕분에 최대 수혜를 받은 사람은 바로 남편입니다. 의사, 판검사도 아닌데 아내가 결혼할 때 집 한 채를 가지고 왔으니. 그래서 그런지 남편은 전생에 나라를 세 번은 구했다는 것에 이의를 한 번도 제기한 적이 없습니다.^^ 살다 보니 당신은 세 번이 아니라 네 번을 구한 것 같다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것까진 받아들이기 힘든가 봅니다. 세 번까지만 인정하겠다고 합니다.^^




예전 직장을 다닐 때 여직원과 식사를 하다 명품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가정 형편이 그리 좋지 못해 자신의 월급 대부분을 가족의 생활비로 써야 했던 그녀였습니다. 친구들처럼 휴가 때 해외여행도 가고 싶고, 명품백도 사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밥벌이를 하는 것보다 숭고하고 위대한 일은 없다고 해요. 더군다나 당신은 당신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가족들도 포함되어 있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더 숭고하고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비록 지금 당장 가지고 싶은 명품백을 살 수 없는 현실에 속상하고 슬플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버는 돈은 이미 명품백 그 이상의 가치를 하고 있단 생각이 드네요. 훗날 당신이 들게 될 명품백은 다른 이가 드는 에르메스보다 훨씬 더 가치 있고, 값진 것이 되리라 믿어요."


그 말이 그녀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늘진 얼굴에 엷은 미소가 잠시 머물렀던 것을 보면 영 쓸데없는 말은 아니었나 봅니다. 사실 그때쯤 첫째 언니가 돈만 많이 모으면 뭐하냐고 명품백도 하나 사란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한번 알아볼까 하다가 그녀 얼굴이 떠올라 그냥 사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저도 명품백을 두세 번 사려 했던 적이 있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그래도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자신이 새로 산 백을 보여주며 추천해 줬습니다. 디자인이 마음이 들어 살까 했는데, 직접 들어보니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다른 걸 찾아보다 마음에 드는 게 없어 그렇게 또 지나쳤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 첫째 언니가 또 말을 꺼냈습니다. 아이 학교 입학하면 그래도 제대로 된 가방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그동안 별생각 없다가 그 얘기에 또 폭풍 검색을 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걸 찾았는데 제가 원하는 사이즈는 직구만 가능하고 백화점에는 작은 사이즈만 있다고.--


원래 제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아니면 잘 안 사는 스타일이라 그렇게 또 어찌어찌 지나갔습니다. 사실 마음만 있었으면 얼마든지 샀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제 손에 없는 걸 보면 명품백은 제게 그리 의미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어느 작가님의 표현처럼 명품을 살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명품으로 만족을 느끼는 것보다는 그런 가치 있는 경험들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데 돈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 보건소에 수차례 선물을 보내고 있는 제게 어느 날 남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누가 보면 당신 참 돈 많은 사람인 줄 알겠어요. 그렇게 선물을 많이 보내니."


"여러 번 보내서 그렇지 실제로는 그리 많은 돈을 쓴 건 아녜요. 돈의 가치의 문제죠. 돈을 어떻게 잘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니. 이렇게 또 써야 돈 모을 동기부여가 되는 거죠. 아~ 로또 되면 좋겠어요. 더 좋은 선물 많이 많이 나눌 수 있게."^^


아이 친구 엄마 중 제가 입고, 들고,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남편이 회사에서 가져온 상품권으로 가끔씩 명품백을 사곤 하는 듯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제가 가지고 있는 가방이 마음에 들었는지 예쁘다고 어디 제품인지 자신도 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삼 년 되어서 제품도 없을 거라고 명품 아니라고 했는데, 아마도 그녀는 명품인 줄 알았던 듯합니다. '내가 굳이 명품을 들지 않아도 내가 입은 옷이, 내가 든 가방이 나의 가치로 인해 명품처럼 보이는 것이다'라는 말이 현실이 된 것인가?라는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죄송합니다. 재수가 좀 없었지요.--;;)


명품 옷을 입고 명품백을 드는 삶도 물론 좋지만, 전 그보다 '우리, 함께, 더불어, 같이의 가치'를 나누며 실천하는 명품 인생살고 싶고, 그런 삶을 꿈꿔 봅니다.^^



* 에필로그

이 글을 쓰기 전에 남편과 이런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여보야~ 난 당신이 백 사 주면 들 의향은 있어요."

"그럼, 용돈 모아 사 줄 테니 10년만 기다려요."

"그러지 말고 이런 건 어때요? 당신이 산업안전기사 시험 합격하면 내가 합격 기념 용돈을 많이 줄게요. 그럼 그걸로 나 가방 사주는 건 어때요?"^^(요즘 남편에게 제가 취득한 자격증 공부를 해보라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은 말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전부터 몇 번 얘기는 했는데 말은 알았다고 하면서 아직 공부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합니다.^^)

"여보야~ 내가 내일 기사책 책상 위에 올려 놓을게요~
You can do it. I believe you~♥"


https://brunch.co.kr/@alwaysbehappy/39


https://brunch.co.kr/@alwaysbehappy/95




written by 초원의

illustrated by 순종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Travis의 'Closer'

https://youtu.be/u2hYn_4yuhc



이은미님의 '가을은'

https://youtu.be/AsHePfGVDGs



ps. 오늘의 추천곡 Travis의 'Closer'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향기를 잃지 않고 그 향기로 주변을 물들이고 있는 우리 이웃 작가님인 '인어수인 작가님'이 좋아하는 곡입니다.^^ 콘서트장에 혼자 갈 정도로 이 밴드에 푹 빠져 있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통증을 치유하는 스토리텔링. 시소믈리에 인어수인 작가님과 함께하는 마음 여행 한번 떠나 보실래요?^^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방문해 보세요~^^

https://brunch.co.kr/@suinswan10


참고로 저도 이은미님의 노래를 좋아해 연대홀에서 진행된 공연에 혼자서 간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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