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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May 08. 2021

어머니..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참으로 행복합니다.

< 어머니 >     - 김초혜 -

한 몸이었다가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 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엄마', '어머니'...

나직이 소리 내어 불러보기만 해도

그 누구나 가슴이 싸르르.. 해질 듯합니다.

엄마와 관련해서 예전에 써놓았던 글이 있어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옮겨 적어 봅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면서 주말이 되면 꼬박꼬박 부모님을 찾았습니다. 지인들과의 모든 만남은 주중에 이루어졌고, 주말은 부모님과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어린 시절,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시는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걸 만회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음식(매번 같은 고민을 하지만, 항상 비슷합니다. 군것질을 하지 않는 부모님을 닮은 게 선택의 폭은 항상 제한되어 있었으니까요.)을 사들고 저녁을 함께 준비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주고받는 토요일 저녁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일요일 저녁 집을 떠나올 땐 항상 엄마와 함께였습니다.


다 큰 딸 그냥 인사만 받고 집에 계시면 좋으련만, 가방을 챙기며 현관문을 열 땐 항상 내 뒤를 따라 나오시는 어머니. 별로 무겁지도 않거늘 가방을 포함한 짐들이 많든 적든 꼭 내 손의 짐을 당신의 손으로 옮기십니다. 이젠 늙어 기운 없는 당신의 몸만 챙겨도 부족할 텐데, 항상 자식 걱정뿐이던 내 어머니.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할 때쯤엔 언제나 가슴이 아련해집니다. 버스에 오르면서 몇 번을 뒤돌아보며 인사를 해도 그 마음이 풀리지 않는 것은 또다시 일주일 동안 자식들 다 떠나보낸 텅 빈 집에서 아버지와 함께하게 되는 늙어버린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리기 때문인 듯합니다. 밝은 대낮이 아닌 저녁 해질 무렵에 집을 떠나게 되어서인지 더욱더.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생활하게 된 지금, 그 예전처럼 자주 부모님을 찾아뵐 수 없게 되었지만, 몇 년 동안 반복되던 내 어머니의 배웅은 가슴속에 영원할 것입니다.. 토요일마다 막내딸이 도착할 시간에 환한 웃음으로 마중을 나오시던 기억과 함께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헤어진 후 뒤를 돌아보지 않거나, 헤어짐이 아쉬워 꼭 잡은 손을 놓기 싫어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별로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몇 년 전 '좋은 생각'을 읽다가 읽은 내용이 생각나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엄마, 다음 세상에도 엄마의 딸로 태어나려 한다면 너무 욕심이겠지? 그럼 내가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서 엄마가 주기만 했던 그 사랑. 내가 엄마만큼 베풀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 갚아 줄게.

있잖아, 엄마! 정말 난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


"뭐가 그리도 행복한데?"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말이야.

우리 엄마처럼 가슴 따뜻하고, 예쁘고, 심성 착한 사람을 엄마로 두었으니 무지무지 행복한 거지.

그것도 몰라?"


훌쩍 커서 엄마보다 몸집이 큰 딸의 애교 섞인 말에 당신은 기분이 좋으셨던지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지으십니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편안함을 경계할 수 있는 씁쓸한 추억 하나와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는 행복한 추억 하나와 메마른 삶 속에서 오아시스 같은 달콤한 추억 하나와 평생을 가도 지워지지 않을 가슴 아린 추억 하나를 가지기 위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색의 계절이라는 이 가을날,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많은 난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이 계절. 오늘은 엄마의 품이 무척이나 그리워집니다. 고향집에서 편히 주무시고 계실 당신의 모습을 그리며 나직이 소리 내어 봅니다.

'사.랑.해.요!'





엄마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인 줄 알았고, 당연한 일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니 그 당연한 줄 알았던 그것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닌 아주 소중하고 값진 것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엄마의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술 한 잔을 기울이던 어떤 이. 오랜 간병 끝에 엄마를 보내고 그 가슴 아픔에 눈물을 흘리던 어떤 이. 아버지와 이혼 후 남겨진 자식들을 한 번도 찾지 않는다며 가슴에 사무친 원망이 가득하던 어떤 이. 그리고, 이젠 다 커서 제대로 효도 한 번 해보려 했는데 기다려주지 않으시고 먼저 가셨다며 목놓아 울던 어떤 이.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엄마, 아직까지 제 곁에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해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 심순덕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대로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덕 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written by 초원의빛

illustrated by 순종


Always be happy!*^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엄마의 나무

https://youtu.be/yeuCDOBVq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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